국세청의 50만원이상 접대비 지출시 접대 목적, 접대 상대방에 대한 기재를 의무화한 접대비 규제강화 방침에 대해 업계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접대비 업무 관련성 입증에 관한 업계의견'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국세청에서 발표(1월5일)한 업무 관련성 입증 대상금액 50만원을 100만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 현실화해 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접대 목적이나 접대 상대방 등을 기록·보관할 경우 거래선 노출, 사업기밀 누설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요구했다.
먼저 이번 접대비 규제 강화방침에 대해 商議는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대한상의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다수(84%) 기업들은 접대활동이 매출실적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접대비에 대한 규제 강화는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商議 관계자는 "국세청은 기업의 부담 완화와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업무 관련성 입증 대상금액을 50만원으로 정했다는 설명이지만 이 금액 역시 기업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접대비 50만원은 사치·향락적인 접대가 아닌 경우에도 인원 수 등에 따라 쉽게 초과할 수 있는 금액으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출증빙을 따로 관리·보관해야 함에 따른 업무·비용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대부분 50만원을 초과하는 골프장이나 룸살롱에서의 접대가 일시에 줄어들 경우 서비스산업 위축과 이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 가능성도 크다는 것.
이와 함께 商議는 접대 목적과 접대 상대방을 밝혀야 한다면 기업의 정상적인 접대활동조차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사업기밀 공개, 거래선 노출 등의 문제점도 있는 만큼 이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상의 관계자는 "국세청은 기재방법으로 '○○○ 계약건 관련 ○○○ 접대'라고 예시한 바 있다"면서 "이같은 방법으로 사업 내용과 거래처를 고스란히 기재하는 경우 기업들은 사업기밀 유지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주요 매출처가 정부기관 또는 공기업이라면 접대 상대방을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종 편법처리와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제조업체 A사의 회계책임자는 "접대비 업무 관련성 입증과 관련 지출증빙의 보관의무 자체는 조금 힘들더라도 적응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접대 목적과 접대 상대방을 기재하는 것은 사업기밀과 관련된 사항으로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6월 대한상의에서 실시한 '접대비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에서도 59.1%의 기업이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아직은 시기상조', 30.9%의 기업이 '문제가 있다'고 답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접대 목적과 접대 상대방을 밝히는 방안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기업들은 이 방안의 문제점으로 '서류 작성 등에 따른 시간·비용부담(40.9%)', '사업상 비밀유지의 어려움(35.4%)',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감(15.5%)' 등을 지적했다.
상의 관계자는 "접대문화를 개선하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수준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접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법상 접대비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윤리의식을 높이고 기업의 자율적인 접대문화 개선 노력을 유도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S某기업 경리 책임자는 "국세청의 접대비 규정에 대해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현실 변화에 갑자기 대응하기가 곤란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접대비 규정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단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