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법령 개정 계획을 신뢰한 나머지 실제로 법 개정이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않고 부동산 등을 처분해 불이익을 봤다면 해당 기업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정부가 발표한 시책에 따라 부동산을 처분했는데도 법 개정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종전의 법령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H社가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정경제부가 98.6.9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법인이 구조조정차원에서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이를 비업무용 부동산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관련 법령을 고쳐 6월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것만으로는 반드시 그때까지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공식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의 토지가 비업무용 부동산에 해당하게 되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원고가 부동산 매각 이전에 법령이 실제로 개정됐는지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H社는 정부 발표후인 '98.7월 금융기관 부채상환용으로 경북 김천의 땅 8만9천㎡를 공시지가의 60∼70% 금액에 매각하고 소득신고를 마쳤으나, 법 개정이 같은 해 8월22일자로 이뤄지는 바람에 개정 법령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대전세무서가 7억3천여만원의 법인세를 추가 부과하자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 2심에서 승소했다.
한편 대전고법은 원심에서 납세자인 원고가 재정경제부의 견해 표명을 정당한 것으로 신뢰한데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이 사건 토지를 매각하기 전에 실제 법인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재경부의 견해 표명을 신뢰한데 대한 귀책사유가 아니라, 견해표명이후에 과세관청이 표명한 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잘못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과세 처분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판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