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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개청 40주년에 즈음해 과거를 되돌이켜 보면 어찌 감회가 새롭지 않겠는가? 청사 하나 변변하지 못한 시절 신청사를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던 기억, 세수목표 달성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던 기억 등, 아마도 당시 세무공무원을 지낸 분들이라면 현재 국세청의 위상을 세웠던 주역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본인은 추호도 그간 국세청의 업적을 깎아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납세자 권리 찾기에 힘을 주력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우리나라 국세청의 현재 위치는 세정의 역사적 선상에서 보면 근대적 세정에서 선진세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간의 업적에 도취돼 구습을 버리지 못하고 안주하는 경우 오히려 국가발전
비현실적 세법에 관심둬야
을 위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적 수준으로 보면 1인당 GDP가 1만5천달러를 넘어서고, OECD국가 그룹에 가입돼 있으며, 경제규모로 세계 11위를 차지하고, 인구가 5천만을 넘어서고 있어 가히 경제대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나, 그에 비해 우리의 세정은 아직도 전근대적 요소가 곳곳에 남이 있어 그 외형에 비해 내실이 부실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만드는 곳은 국회이고, 국세청은 국회가 만든 세법을 그대로 집행하는 기관이기는 하나, 실제 세정에 종사하는 담당공무원들의 문제의식은 곧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선진세정으로 가기 위해 우리 국세청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우선 법과 현실의 괴리가 과도하게 벌어져 있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사회 현실에 맞춰줘야 한다. 이는 잘못된 법이 오히려 탈세와 뇌물을 부추기고, 이는 성실 납세의식을 파괴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민의 자부심을 무너뜨린다. 무엇이 현실에 맞지 않는 법과 제도인지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사람들은 납세자이고, 그 다음이 바로 현장을 담당하는 국세청이다.
또한 국세청의 청렴도를 제고해야 한다. 과거보다는 비교할 수 없게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제도의 허점이나 재량의 여지를 이용해 돈을 받는 구습을 완전히 뿌리뽑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비록 일부 부도덕한 세무공무원이라 해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전체 물을 흐리기 마련이다. 이는 개개인의 양심이나 윤리의 문제에 맡겨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각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에 대해 상호 검증이 가능한 시스템 개발을 해 비윤리적 생각 자체를 처음부터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그 해결의 열쇠라고 본다.
대한민국호 조타수 역할을
납세자는 칼을 쥔 국세청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다. 윗물이 맑아지면 아랫물은 자연스럽게 맑아지게 돼 있다. 국세청이 청렴하면, 납세자들 역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으므로, 준법의식도 높아지고, 효율성있는 제도 개선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그 징수행정에 있어서도 행정편의 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납세자의 납세비용을 가급적 줄이는 방향으로 그 제도 및 행정을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공평과세가 좋다 해도 그 납세비용이 과도하면 좋은 제도라 할 수 없다. 이는 납세자를 공공부문의 재정수입을 조달하기 위한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명시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원리적 시각에서 납세자가 곧 주인이라는 자각에 기초한다. 그 행정을 함에 있어 납세자들이 있기에 국세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 결코 부당한 법 집행으로 인한 피해사례나 납세비용이 과도한 제도 등을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국세청은 자유민주주의 정착이나 부강한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대명제의 중심에 서 있다. 국세청의 진로방향이 올바르다고 하면 대한민국은 살 것이며, 그 반대로 그른 길로 접어들면 대한민국은 한없이 좌초할 것이다. 본인은 국세청 개청 40주년에 즈음해 다시 한번 조타수 역할의 중요성을 상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