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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세무 · 회계 · 관세사

[화제의 기업 탐방]고액체납 1위 오명 벗은 '온빛건설'(1)

납부기한 남아 있고, 담보까지 제공됐는데 웬 날벼락


"획일적 명단 공개로 엄청난 명예회손을 입었다."
국세청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고액 상습체납자 가운데 최고액 체납자로 거명한 온빛건설(주)이 한동안 '명단공개 후폭풍'에 심하게 시달렸다. 국세청이 관계법령 보완을 약속하는 등 명단공개 내용의 온빛건설부분에 대한 '오류'를 인정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이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국세청을 상대로 명예회손 손배소를 제기했다가 국세청의 '오류인정'을 공식통보받고 소를 취하한 온빛건설은 아직도 명단공개직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생각하면 끔찍하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문상식 온빛건설 사장을 만나 전후 사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편집자 註>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만큼 심각했나.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한 기업이 죽고 사는 일이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세금도 잘 냈는데, 악덕기업으로 몰렸으니 그 뒷일은 짐작이 되지 않은가."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있다면.
"우선 당장 우리 회사를 보고 '알고 보니 세금도 제대로 안내고 사업한다'고 손가락질 할 게 뻔하지 않나. 우리 회사는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남다른 사명감으로 뭉쳐 있다고 자부한다. 국세청 발표가 있고 나서 거래처는 물론이고 절친한 지인들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때 심히 괴로웠다. 일일이 해명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직원들이 사명감으로 뭉쳐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명감을 특별히 강조하실만한 이유라도 있는가.
"현재 우리 회사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들은 기본업무에 베테랑인 것은 물론 남다른 사명감으로 차있다. '97년 한보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대부분 뿔뿔이 흩어졌지만 사명감과 나름대로 철학을 가진 직원들은 남았고, 그들이 주축이 돼 현재의 온빛건설을 일궈냈다. 그런 정신을 가진 임·직원들이 세금내는 것을 아까워 할 리 있겠는가."

-이번 일을 겪는 과정에서 세무당국에 대해 서운한 점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사실 처음에는 우리 임·직원 모두가 무척 황당했고, 또 억울한 생각에 분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소송까지 제기하게 됐던 것인데, 국세청에서도 우리 입장을 잘 들어 보더니 충분히 이해해 줬다. 그래서 소(訴)를 취하했다. 문제는 세금체납자를 굳이 명단까지 발표해가면서 압박을 해야 하느냐 하는 점인데 거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 못낸 사람으로 명단이 발표되면 해당기업은 한마디로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금도 안내는 악덕기업과 누가 거래를 하려 하겠는가. 명단을 발표하는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기업활동을 지원해 주고 세원 보호와 미래의 세수확보를 위해서도 명단을 발표해 회생 가능성을 차단시켜 버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도량을 갖고 최대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일이 있기 전 국세행정에 대한 인상은 어떠했나.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관계직원들이나 아는 사람을 통해 많이 들었다. 세무공무원들도 많이 친절해진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겨 뭔가 크게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구나 생각했다."

-작년 법인세는 얼마나 냈나.
"법인세만 12억원을 납부했다. 성실하게 냈다고 자부한다. 올해는 외형도 많이 늘었기 때문에 납세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형신장률은 어떤가.
"한보에서 분리한 첫 출발 당시인 2002년말에는 공사 수주가 거의 없었다. 2003년초부터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첫해 외형은 700억원이었다. 그 후 1천200억원을 거쳐 1천500억원에 이른 것이다. 2006년에도 외형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이 나는 대로 세금 갚는데 다 들어갈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체납 세금분에 대한 담보가 이미 제공돼 있고, 2014년이면 자동으로 체납세금과 상계된다. 온빛건설의 이익과 체납세금과는 전혀 별개이다."

-한마디로 망한 회사가 살아나 이제는 알짜기업으로 탄생한 셈인데, 향후 계획은?
"온빛건설은 50여년의 건설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똘똘 뭉친 우수한 인력과 양질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앞으로 2∼3년안에 국내 건설도급 순위 50위, 10년내 20위권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훨씬 활발해질 것이다."

대담·서채규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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