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
(1)우리나라 중소기업 역할의 역사적 변천 중소기업의 역할은 시대별, 각 국가별로 중소기업 문제를 규명·해결하려는 노력을 통해 알 수 있으며, 대기업과의 다양한 관계를 전제로 논의된다. 즉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정책을 살펴봄으로써 중소기업에 대한 역할을 인식할 수 있으므로 우리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역할 인식이 어떻게 변천돼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개발계획이 시행되기 이전인 50년대의 중소기업대책은 주로 도산방지를 위한 산발적인 금융지원대책에 그쳐 사회보호적·경기대책적 입장이 주류를 이뤘다. 경제개발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고도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60년대에는 전담 행정기구·전담 금융기관 등의 설립, 중소기업기본법의 제정 등으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이 갖춰지기 시작했으나 중소기업은 경제적 약자로서의 보호대상이란 소극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70년대에 들어서는 중화학공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육성문제가 공업구조 고도화의 필요조건으로 부각돼 중소기업의 구조개선이 진전되는 등 큰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두드러져 상대적으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생산, 부가가치 등의 비중은 70년대 중반까지 오히려 저하됐으며, 중소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도 경제발전의 적극적인 역할이나 공헌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상대적인 격차문제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중소기업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이 종래의 보호관에서 바뀌어 중소기업의 역할이나 기능을 중시하게 된 것은 80년대에 들어와서부터이다.
그동안의 성장 제일주의에서 야기된 부문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선진경제로의 진입을 위한 성장 잠재력의 배양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는 산업의 저변을 이루는 중소기업이 육성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됐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경제적 약자로서 보호의 대상이라는 문제형 인식이 약화되고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받쳐주는 지주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강조되는 공헌형 인식이 강화되면서 다양한 중소기업 관련 정책수립에도 이러한 시각변화가 반영됐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적극적 역할증대 측면에 초점을 맞춘 공헌형 인식론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기업환경 변화가 갈수록 불안정·가속화되고 심지어 혁명적인 양상(IMF 관리체제 등)을 띠게 되면서 더욱 강조돼 왔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 이와 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육성이 기대한 만큼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아직까지도 산업정책에 있어서 대기업 위주의 시각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채 산업정책 수립에 있어서 상위개념인 기본방향에서 육성의 비전이 제시되지 못하고 하위개념인 산업조직 효율화의 측면에서 대기업과의 협력 강화나 산업구조조정 측면에서 창업환경의 조성, 소재 부품산업의 육성 등과 같은 세부실천 항목에서만 취급되고 있는데 기인한 것이다.
(2)중소기업의 역할에 대한 각 국의 인식비교 중소기업의 역할에 대한 각 국의 인식을 미국·영국·일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미국은 중소기업이 산업구조의 집중도를 낮춤으로써 시장이 독과점화되는 폐해를 막고 경직화돼 가는 시장구조와 자본주의체제에 '활력을 넣어 주는 다수'가 돼 자본주의에 대한 체제유지적 역할을 한다고 인식해 왔다. 동시에 중소기업이 경제에 공급하는 활력은 거대기업체제와 금융과두체제 등 독과점구조하에서 경제 재활성화와 재건을 실현해 국민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준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경제적 합리성, 능률성이 존중돼 중소기업이 열등한 효율성을 지닐 때는 높은 능률을 지닌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으며, 다만 경쟁에 있어 중소기업이 불리한 조건에 있는 경우 이를 보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정도였다. 그러나 60년대에 중소기업이 중요한 정책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역할인식이 새롭게 이뤄졌다. 즉 중소기업에 대해 개별기업단위의 능률성이라는 영국형 산업조직론의 틀을 넘어, 미국에서 인정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인 독과점체제에서 오는 폐해와 경제의 경직화를 해소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인식하게 됐다.(독과점체제에 활력을 넣는 기능, 중소기업이 새로운 산업과 기업능력 그리고 장래 대기업의 양성기반이 된다는 묘판기능 및 신진대사적 기능이 강조됐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효율성 제고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란 역할과 인식이 새롭게 강조됐다.
일본은 과거 이중구조론에 의해 중소기업을 '저렴한 노동에 의한 낮은 비용을 존립의 기반으로 하는 기업군'으로 인식했고, 중소기업을 대기업에 비해 생산성과 임금수준의 격차를 지닌 일본경제의 특수한 영역으로서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70∼80년대에 들어 가속화되는 국내·외적인 환경변화로 인해 이중구조 해소라는 구조론적 인식의 틀을 벗어나 국제화에 대응한 구조변동을 위해 '활력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주장됐다. 이때 일본의 '활력있는 다수론'은 독과점체제의 폐해와 경직화의 제거라는 미국이나 영국에서의 중소기업 역할론과는 달리 국제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구조개혁을 위한 활력있는 중소기업을 모색해야 한다고 인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각종 사회적 분업관계를 형성하면서 특정지역에 집중해 지역경제구조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이는 산업의 지리적 분산을 촉진시켜 균형있고 효율적인 국토개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