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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대
21세기는 문화 전파의 황금기일 수도 있다. 정치적‧군사적 식민주의 시대에는 문화의 강제 전파, 이식 등에 노력해 왔다. 일제에 의한 창씨개명, 일본어의 강제 사용, 전쟁에의 강제 동원이나 징용, 정신대의 강제 선발 등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과거의 문화 전파와는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문화원‧공보관을 통한 문화의 소개, 영화‧연극‧음악‧문학 등 예술분야의 교류, 인공위성이나 텔레비전 등 전파매체를 통한 자연스러운 문화 소개, 담배나 콜라‧커피‧차 등 기호식품과 음식을 통한 친숙화, 여행객에 의한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과거 의식주 해결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왔던 것이 경제 성장과 더불어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가 더해져 왔다. 오늘날 문화는 단지 전통계승의 의미를 넘어 개인의 풍부하고 질적인 삶의 향상과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적인 시각을 떠나 자국의 문화를 보호‧계승한다는 것은 세계 인류의 유산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인류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경쟁사회 구조속에서 바라보는 문화전쟁은 치열하다. 또한 자국 문화를 보존하고 전세계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검토와 투자가 필요한 것도 현실적인 문제이다.
바로 문화는 자국민의 자산이며 이제는 국제사회속에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전략적인 차원에서 문화를 앞세워 자국의 홍보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적인 배경은 국지적인 차원을 넘어 세계의 경제적 동향에 깊이 연루돼 있다. 자국 문화가 세계화가 돼가는 것은 한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동시에 해외에서 자국민의 경제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즉 해외에서 한 국가의 상품에 대한 인지도는 제품의 질에 좌우되기는 하지만 그 배경에는 문화적 배경의 인지도 역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지명도와 상관없이 일단 소비자가 제품이 일본산이란 사실에서 이미 신뢰를 가진다.
2. 동북아시아의 문화전쟁
-새로이 부각되는 '고대사 문제'
수년전부터 한‧일간 외교관계에서 주요 이슈가 됐던 역사교과서 파문이나 최근 들어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전략적 의도는 약간 상이할 수 있으나 모두 궁극적으로는 치열한 문화전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적‧민족적 필요에서의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이중 최근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중국의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 직속 '변강사지연구중심(변疆史地硏究中心)'에서는 2002.2월부터 '동북변강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란 국가 프로젝트를 5년간 추진해 오고 있다.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 지리, 민족문제 등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학제적으로 다루는 국가중점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동북공정에서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과 발해 등의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고 있다. 현안인 중국의 고구려사 자국 편입을 위한 논리가 바로 이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체계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및 일본의 동북아시아 인접 국가들은 21세기 문화전쟁의 시대를 맞이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그들의 생존전략을 모색해 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까지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이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