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朴炫洙)
서울세관HS품목 상담실장
서울세관HS품목 상담실장
이솝 우화 중 한토막을 보자.
옛날 어떤 사람이 제법 큼지막한 금괴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집 뒷마당에 묻어놓고 틈만나면 꺼내보며 이를 낙으로 삼아 평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금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어느날 또 금괴를 보려고 그곳을 파헤쳤으나 이미 누군가에게 도난당한 뒤였다.
생의 낙을 잃어버린 그는 식음을 전폐, 앓아 누웠는데 그의 벗이 찾아와 그에게 `잃어버린 금괴만한 돌덩이를 그곳에 묻어놓고 그 돌덩이를 금괴려니 하고 지내게, 이 사람아'했다는 것이다.
옛날 고려조의 명장 최 영 장군이 어렸을 적 그의 부친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일렀다고 한다.
몇년전 IMF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금모으기가 전국에 메아리 치고 사연도 많은 금반지 등 금모으기 대열이 장사진을 이루면서 세계 황금시장의 판세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반지·목걸이 등 금붙이 하나 하나에는 저마다 피와 눈물과 땀과 그리고, 사랑과 추억·환의 등 아련한 추억이 배어 있을 것이니 어찌 마음 한쪽에 아쉬움이 없을 것인가?
구구절절한 사연을 오직 IMF 고지를 넘기위해 용광로속에서 다 태워버리고 금괴로 다시 태어나 지구촌 곳곳으로 수출될 것이니 우리의 정성이 그곳 사람들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정상 또는 비정상적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금괴는 상당하다는데 아직 어느 누구의 장농속에서 깊이 잠이 들어버렸는지 밝은 세상의 금모으기 대열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얘기이고 보면 그러한 금괴야 말로 앞서의 갖가지 사연을 간직한 것도 아닌 이솝 우화속의 금괴와 별반 다름없을 것이므로 어서 빨리 금모으기 대열과 같은 좋은 곳에 합류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세율표에는 금괴를 HS 7108호에, 순금·합금(금 함량 2%이상)·금을 입힌(clad) 신변장식 용품(반지·귀걸이·목걸이 등)은 HS 7113호에, 비(卑)금속제 신변장식용품(금 등 귀금속을 도금한 것 포함)은 HS 7117호에 분류한다.
그러나 비록 순금제의 귀걸이·목걸이 등 신변장식용품이라 할지라도 옛 신라 고분에서의 출토품처럼 1백년이 초과된 그러한 제품은 HS 7113호가 아닌 골동품으로서 HS 9707호에 분류된다는 것도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