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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22. (화)

세무 · 회계 · 관세사

[稅友論壇]회계감사와 세무조정을 분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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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향순(林香淳) 세무사

대우그룹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리결과 분식회계 규모가 무려 23조원에 달했다는 최근 발표는 충격적이다. 회사경영진의 견제를 위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한 내부감사가 정기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외감법에 의해 선임된 외부감사가 1년에 한번씩 정밀감사를 벌이고 있는 굴지의 재벌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천문학적인 규모의 분식회계가 발생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기업의 재무제표가 얼마나 믿지 못할 엉터리인지 그 실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 하겠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숨겨왔던 치부를 다시 한 번 만천하에 드러냄으로써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외화유치가 한푼이라도 아쉬운 처지이지만 이래서야 어느 외국투자가가 우리 기업의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하겠는가.

기업의 부실회계 처리관행은 특정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감사원이 최근 상장회사의 회계변경실태를 표본 점검해 본 결과, 회계변경을 실시한 2백20개 가운데 84%에 해당하는 1백84개사가 이익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회계처리기준을 불법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과 공익법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서울의 ○○재단법인은 '97.7월 주식을 매각하여 얻은 이익 전액을 손금으로 산입하는 잘못을 범했으나 정부에서 지적해 주기 전까지 이같은 잘못을 알지 못했다.

학교법인의 회계는 더 엉망이다. 학교재단 이사장의 비리로 학교운영에 부실이 초래되자 학업에 전념해야 할 대학생들이 재단이사장의 퇴진을 외치며 데모를 할 정도이다.

경기도 ○○고등학교의 재단법인의 이사장은 회계관리 실무자에게 양곡 등 식료품 거래명세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지출증빙서류에 첨부하는 수법으로 학생들이 낸 급식비를 빼돌렸는데 '99.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5개월 동안에 급식비 하나로만 2억6천8백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부감사라는 독립된 검증·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도 이처럼 공·사를 막론하고 부실회계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외부감사인의 자질이나 직업의식이 부족하다기보다는 피감사대상인 경영주가 감사인을 선정하게 되는 한국적 현실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최대 주주인 기업주가 주주총회에서 외부감사 선임을 좌지우지하는 한 추상같은 감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실회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주의 윤리의식이 바로서야 하고 외부감사 제도가 올바로 정립돼야 하겠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못하다면 회계감사업무와 세무조정업무를 분리(동일인이 맡지 못하도록)하여 이중 삼중의 견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세무조정업무는 단순히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를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세무감사의 수준으로 격상시켜 재무제표에 대한 양대 전문기관인 회계사와 세무사의 의견이 재무제표에 반영(공신력 제고)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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