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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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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뒷모습 -이영식(시인, 의정부)


달이었다
찜질방을 나서는 내 어깨 뒤에
맥반석 덩이가 차갑게 따라붙고 있었다
에두아르 부바*의 흑백사진처럼
뒷모습을 찍어대고 있었다
무방비의 공간, 장식도 허세도 없는
뒷모습은 너무 정직해 슬프다
늘 平凡에게 바쳐진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사람의 全集은 등뒤에 있는 것 같다
바람이 가끔 갈피를 넘겨보는
허무를 한 짐씩 짊어진 등짝들
벼랑의 아득함이 뒷짐을 지게 한다
내 몸 어딘가 영혼이 깃든 그늘이 있다면
팔을 꺾어도 닿지 않는 간극,
그 뒷모습 어디쯤 숨겨있지 않을까
찜질하고 땀을 내봐도 가볍지 않는 하루
반 지하 골방에 들어서니 깜깜하다
불빛 한 점 없는 무저갱의 어둠 속
전주 李씨 성도 이름도 경계도 벗고
내가 나를 들여다볼 참이다.

* 에두아르 부바(1923-99) : 뒷모습 사진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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