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었다 찜질방을 나서는 내 어깨 뒤에 맥반석 덩이가 차갑게 따라붙고 있었다 에두아르 부바*의 흑백사진처럼 뒷모습을 찍어대고 있었다 무방비의 공간, 장식도 허세도 없는 뒷모습은 너무 정직해 슬프다 늘 平凡에게 바쳐진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사람의 全集은 등뒤에 있는 것 같다 바람이 가끔 갈피를 넘겨보는 허무를 한 짐씩 짊어진 등짝들 벼랑의 아득함이 뒷짐을 지게 한다 내 몸 어딘가 영혼이 깃든 그늘이 있다면 팔을 꺾어도 닿지 않는 간극, 그 뒷모습 어디쯤 숨겨있지 않을까 찜질하고 땀을 내봐도 가볍지 않는 하루 반 지하 골방에 들어서니 깜깜하다 불빛 한 점 없는 무저갱의 어둠 속 전주 李씨 성도 이름도 경계도 벗고 내가 나를 들여다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