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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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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은목서 향기의 유혹

-김정호(시인, 동래)


비 갠 오후
사르륵 사르륵
뒤를 밟는 한 여인이 있다
숨이 막히도록 떨리는 가슴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달디단 살 내음
형체도 없는 그림자가 몸을 덮쳐온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리 진한 향기로 나를 유혹하는 걸까
그래도 행여 지나는 길이거든
내 가난한 마음만은 채워놓고 갈 일이지

이미 제멋대로 부풀어진 몸
주체할 수 없어 뒤를 돌아보니
은목서 한 그루
제 몸 풀어 푸른 향기를 빗고 있다

아니, 저 나무, 저 향내들
오늘 기어코
길거리 사내란 사내는 죄다 유혹하여
사단을 내 놓고
홀연히 사라질 모양이다

* '은목서'는 천리향 나무로 십리 밖에서도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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