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으로 팔려가는 시선 쓸어 담는
서울역 대합실 심심한 T.V 쪽으로
청도에서 황소가 콧김을 내지르며 다가온다
T.V가 벌떡 긴장한다
아랫마을 박서방 걷어온 산토끼 내밀며
황소 하루 빌리려다 거절당하고 돌아서던
그림자 긴 여름밤을 돌아
거센 힘을 뿔 가운데 모아서 온다
황소 큰 눈망울에 T.V가 정색하고 앉았다
시장한 호기심과 마련된 교성이
한껏 기압을 올려 만만찮게 몰려 있다
디지털 계산기가 호흡마다 견적을 낸다
피 퍽퍽 흘리며 멋지게 박아야 산다
뒷다리 힘을 뻗어 T.V를 박는다
T.V가 광란하며 출렁거린다
지게작대기로 소싸움 말리던 삼촌 간 지 20년
박서방 이랑 긴 논밭은 누가 갈았을까
황소 마침내 T.V에서 걸어나온다
따라나서는 시선들 황망히 부축을 한다
핑 고인 눈물 한 바가지 정지된 문명 뒤
싸알한 겨울 하루가 감정 빼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