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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기타

[문예마당/稅政詩壇]소싸움

최상근(대구청)


팔방으로 팔려가는 시선 쓸어 담는
서울역 대합실 심심한 T.V 쪽으로
청도에서 황소가 콧김을 내지르며 다가온다
T.V가 벌떡 긴장한다
아랫마을 박서방 걷어온 산토끼 내밀며
황소 하루 빌리려다 거절당하고 돌아서던
그림자 긴 여름밤을 돌아
거센 힘을 뿔 가운데 모아서 온다

황소 큰 눈망울에 T.V가 정색하고 앉았다
시장한 호기심과 마련된 교성이
한껏 기압을 올려 만만찮게 몰려 있다
디지털 계산기가 호흡마다 견적을 낸다
피 퍽퍽 흘리며 멋지게 박아야 산다
뒷다리 힘을 뻗어 T.V를 박는다
T.V가 광란하며 출렁거린다

지게작대기로 소싸움 말리던 삼촌 간 지 20년
박서방 이랑 긴 논밭은 누가 갈았을까
황소 마침내 T.V에서 걸어나온다
따라나서는 시선들 황망히 부축을 한다
핑 고인 눈물 한 바가지 정지된 문명 뒤
싸알한 겨울 하루가 감정 빼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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