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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에 이날은 타향(他鄕)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가까운 높은 산에 올라 맑은 가을하늘 저쪽 가족과 친척이 사는 고향쪽을 바라보며 향수(鄕愁)를 달래는 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년 중에 마지막 피는 국화(菊花)가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계절.
우리나라에서는 신라(新羅)이래로 이 날을 명절(名節)로 정하고 조정(朝廷)에서는 잔치를 베풀고 군신(君臣)이 즐거움을 함께 했다.
우리 민간(民間)에서 행해지는 풍습(風習)과 이 날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봄철의 한식일(寒食日)과 가을의 추석(秋夕)에는 오대조(五代祖)이내의 조상님 산소에 제찬(祭饌)을 올리고 성묘(省墓)를 했다. 또한 중양(중구)을 낙모지신(落帽之宸)이라 했는데 이 말의 기원(起源)은 중국 진(晋)나라의 환온(桓溫)이라는 부일(富逸=부자 선비)가 9월9일 여러 친구를 모아 산상(山上)에서 잔치를 베풀고 있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 그 자리에 있던 맹가(孟嘉)라는 친구의 머리에서 모자가 떨어져 산 밑으로 구르자 환온(桓溫)은 곁에 있던 친구를 시켜서 그에 대한 글(詩句)를 짓게 해 '맹가'를 놀려주자 그에 대한 맹가의 화답(和答=시로 응답함)이 몹시 절가(絶佳)하고 기발(奇拔)해 그 고사(故事)로 말미암아 '九월 九일'을 낙모지신(落帽之宸=모자가 떨어지는 날)이라고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우리나라 年中行事를 적어 놓은 책)에 보면 9월에는 국화전(菊花煎)을 지져 먹는다고 했고, 3월3일(삼짇날)에는 진달래꽃을 따서 전(煎)을 지져 먹는다고 돼 있다.
이처럼 옛날에는 이날(중구)을 무척 중요시했지만 물질(物質)에 홀려 자연(自然)에의 접점(接点)을 잃고 계절(季節)에 둔감(鈍感)해진 지금은 그렇지가 않고 3월3일(삼짇날)을 춘삼월호시절(春三月好時節)로 알리는 것에 비해 가을의 중추명월(仲秋明月=가을이 한창때의 밝은 달빛)과 산발운연(山跋雲烟=산이 구름을 밟고 솟는)의 청량(淸亮=맑고 서늘함)을 모르는 메마른 세정(世情=세상의 온갖 사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중양절(重陽節)에 대해 단장일수(短章一首)
촌료역족 세고장(村료亦足 洗枯腸)
시골 막걸리(탁주)로 굶주린 창자를 씻으니
남국황화대설향(南國黃花帶雪香)
남쪽나라에 핀 황국(黃菊)이 눈꽃 향기를 지닌다
단득흥래휴객출(但得興來携客出)
다만 나에게 흥취(興趣)를 가져다 준 손님이 나가는데
등고하필용중양(登高何必用重陽)
왜 하필 9월에 높은 곳(산)에 오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