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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隨筆]봄비를 몰고 온 황정아재(들꽃 이야기)-下

한상배(구미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자란 엄마는 딸 은방울의 소풍에 따라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황정아재도 가만히 뒤따라 가보았습니다.
동물원이 나옵니다.
은방울이 신이 나 달려갑니다.
방울이가 맨 베낭에서 하얀 방울종이 조르르 소리를 냅니다.
마침 단풍나무 위에서 애기 원숭이나물이 재주넘기를 합니다.
노랑머리를 한 꼬마 원숭이가 정말 귀엽습니다.
방울이는 바나나 한개를 던져 주고는 옆에 기린초 아저씨를 보러 쪼르르 달려갑니다.
이리 저리 정신이 없습니다.
새장에도 새들로 가득합니다.
뻐꾹채도 보이고 분홍·노랑 오색무늬의 금꿩의 다리도 있고 보라색 얼굴을 한 닭의장풀도 보입니다.
새장 위에는 망을 보며 메발톱꽃 아저씨가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뻐꾹채 아저씨의 뻐꾸기 소리가 들려 옵니다.
아침에 준비해 온 김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제비꽃들이 올망졸망 모여 사는 마을을 지나옵니다.
하얀머리의 흰제비꽃 할아버지, 졸방제비꽃 할머니, 보라색 제비꽃 삼촌과 남산제비꽃 고모도 노랑제비꽃 소녀도 있었습니다.
4대가 한집에 모여 사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요즘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충효사상의 교훈을 주는 가족입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지친 은방울은 곧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내일은 한달에 한번씩 꽃구경을 가는 날입니다.
멀리 강원도 선자령을 다녀왔습니다.
매번 보는 들꽃마을 사람들이지만 보고 또 보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이번에 지리산 산야초님이 오시지 않아 서운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병들고 시들은 참조팝 아이를 입양해 왔습니다.
황정아재와 윤판나물은 노심초사하며 정성껏 돌봅니다.
이제 제법 또록또록한 게 이웃 식솔들과도 잘 지냅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이제 들꽃 식솔들도 자리잡고 잘 살고 있고 마음적으로도 여유로운 나날의 연속입니다.
초여름을 달리고 있는 날씨가 무더운 탓에 화단의 들꽃 식솔들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황정아재와 윤판나물은 아침저녁으로 목욕을 시켜 줍니다.
여름을 즐기러 나리네와 원추리네가 들꽃마을로 나들이 왔습니다.
나리네 가족은 참나리 아빠, 말나리 엄마, 뻐꾹나리 삼촌, 애기나리 자매 이렇게 5식구고요, 원추리네 가족은 왕원추리 아빠, 각시원추리 엄마, 노랑원추리 형제 이렇게 4식구입니다.
모처럼의 나들이에서 애기나리 자매·노랑원추리 형제는 율동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장기자랑도 했습니다.
두 가족은 즐거운 여름 휴가를 들꽃마을에서 잘 보냈습니다.
무더운 날씨탓에 들꽃 식솔들의 활동이 뜸한 틈을 타 황정아재와 윤판나물은 나들이를 나섭니다.
오늘은 지리산 노고단을 갑니다.
성삼재를 지나 노고단을 오르는 길목에서 많은 들꽃들을 만납니다.
동자꽃, 도라지모싯대, 흰여로, 알며느리밥풀 모두가 반가이 맞아줍니다.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내일은 가산산성을 다녀 올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제 곧 내연산 꽃구경 가는 날도 다가옵니다.
생각만 해도 신나고 즐거운 날의 연속입니다.
오늘 두 부부는 모처럼의 모든 근심·걱정에서 벗어나 보고픈 들꽃님들을 꿈꾸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황정아재는 또 화단 순찰을 나설 테지요.
들꽃마을이 있는 한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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