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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隨筆]떠나기 아쉬워 물위에 머무른 봄

-문영일(광주청)


광주청 청사는 4층 절반이 옥상입니다. 5층엔 나머지 절반의 옥상이 있습니다

조사국 출입을 통제하느라고 최상층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돼 가끔 눈이 침침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면 문밖에 나서봅니다.

4층 옥상에서 바라보면 바로 뒤편에 엉성한 울타리 사이로 관세청이 있습니다.

관세청에는 테니스 코트와 그 옆에 인공 호수가 있고 뜨락에는 갖가지 봄꽃들이 군데군데 화창하게 피었습니다.

목련이 점잖게 피었다가 고대 지고, 벚꽃이 만개해 눈을 부시게 하고, 봄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처럼 흐트러진 모습으로 개나리가 피어나더니 어우러진 모습이 한폭의 그림만 같았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쉬는 날은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없어서 이발을 못하고, 평일엔 나름대로 일과 술, 아니면 평소 못 보여준 초췌한 모습이나마 가족들에게 보여주느라고 이발을 생각도 못하고, 일과시간 중에는 더더욱 짬도 없고 해서도 안되겠고 그래저래 머리가 덥수룩해 아침에 겨우 드라이로 다독여 온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흐트러져 체면을 구깁니다.(사무실엔 빗도 없고…. 손가락은 너무 굵고…)

좌우간 조금전에도 담배를 물고 뒤뜰을 내다보며 햇볕에 얼굴을 쪼였습니다.

오래되고 못생긴 얼굴이지만 외면하지 않고 따스한 혓바닥을 내밀어 핥아주는 햇빛이 무지 고마웠습니다.

관세청의 호수 주위에 무늬를 놓던 벚꽃들이 이제는 온통 호수를 덮고 있네요.

엊그제부터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벌떼 같기도 하고, 나비 같기도 하던 것이 못내 떠나기 아쉬웠던가 봅니다.

지루하게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뜻은 다름이 아닙니다.

컴퓨터가 없으면 어느 것 하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무실, 앉으면 컴퓨터를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일과이기에 바쁘더라도 가끔은 어딘가 둘러봐 자연을 느끼며 눈의 피로를 달래주고, 지친 마음을 스스로 다독여도 보고, 일 밖에는 들어있지 않는 듯한 머리를 식혀도 주고, 생활의 방향이 옳은 것인지 내 위치를 혼동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쯤 돌이켜도 보고 가정에서의 위치와 직장에서의 위치의 괴리감을 달래도 보는, 하루에 한두번쯤이나마 망중한의 여유를 가져보시라고 권해드리려는 마음에서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그 흔한 말이 요즘 들어 자꾸만 되뇌어집니다.

마음의 건강 역시나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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