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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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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隨筆]한해를 보내며-(上)

-이희섭, 안양署


얼마전 새벽 운동을 나갔다가 청소부 아저씨가 낙엽을 쓸어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전날 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서인지 낙엽은 잘 쓸리지 않았고 아스팔트 바닥에 달라붙어 떼어내기도 힘들어 보였다. 떼어낸 낙엽도 빗자루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일본의 '젖은 낙엽族' 이 생각났다. 이는 남성들이 은퇴후에 마치 젖은 낙엽이 빗자루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듯 부인을 하루종일 졸졸 따라다니며 한사코 붙어 있다는 뜻이다. 혼자서는 생활도 못하고, 취미도 없는 탓이다. 도쿄대학 여교수가 명명했다는 '젖은 낙엽족'은 자립하지 못하고 부인에게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는 노인들을 가리킨다. 일에 쫓겨 이렇다할 취미도, 노년에 대한 설계와 준비없이 퇴직을 맞은 사람에겐 은퇴후의 인생이 괴롭기만 하다. 인생에 있어서 계절로 친다면 겨울에 해당하는 셈이다. 

떨어지는 것이 낙엽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자신이 '젖은 낙엽족'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자가진단법까지 등장했다고 하는데, 이 체크리스트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항목이 10개이하면 장래에 '젖은 낙엽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고, 11∼16개이면 '요주의형'이고, 17개이상이면 완전히 '젖은 낙엽족'이라 불릴 수 있다.

△'젖은 낙엽족' 체크리스트
1. 깨우지 않아도 혼자 일어난다
2. 스스로 이불을 펴고 갠다
3. 청소기 사용법을 안다
4. 세탁기를 쓸 줄 안다
5. 빨래를 널고 갤 수 있다
6. 밥을 지을 줄 안다
7. 라면·계란프라이 말고도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
8. 설거지를 할 수 있다
9. 단추를 달 줄 안다
10. 구두를 닦을 수 있다
11. 목욕물을 맞출 수 있다
12. 쓰레기 분리수거일을 기억한다
13. 속옷·양말·양복이 어디 있는지 안다
14. 집의 중요서류가 있는 장소를 안다
15. 화장지를 값싸게 파는 곳을 알고 있다
16. 혼자 장보기가 가능하다
17. 혼자 집에서 즐길 수 있다
18. 동네 세탁소가 어디 있는지 안다
19. 가끔 화분에 물을 준다
20. 쌀·야채의 가격을 알고 있다

이상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에 가 있는지 자가진단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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