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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3. (월)

기타

[문예마당/稅政詩壇]일산 호수공원의 세계 꽃박람회 관람기

-박귀근(부천署)


1. 볼멘 소리로 애원해 본들(바오밥 나무의 기도)

신(神)이시여!
언제까지 거꾸로 세워두시렵니까?
이제 제발 노여움을 푸시고
저희들을 바로 일으켜 세워주시옵소서.

푸른 하늘이 보고 싶사옵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물을
마음껏 마셔보고 싶사옵니다.
지구상에 함께 하는 이웃의 모습들을
제대로 두루두루 살펴보고
눈인사라도 다정하게 나누고 싶사옵니다.
무엇보다 언제나 불안한 자세로
물구나무서 있어야만 하는 형벌을
자자손손 대(代)를 이어 받는다는 것이
여간 힘들고 억울한 노릇이 아니옵나이다.

신(神)이시여!
저희들의 참회와 회개가 아직 부족하옵니까?
부디 진노(震怒)를 거두어주시고
불쌍한 저희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시옵소서.

2. 꿈이어든 깨지를 마라(莊子風으로)
꽃동네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봄을 맞아 나름대로 곱게 치장을 하고
까르르 연신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흥겨운 웃음꽃 잔치를 펼친다는 풍문을
어디선가 용케 전해듣고는
흔쾌히 자청(自請)하여
우정(友情) 출연을 하려고
이곳저곳에서 무수한 나비떼들이
저마다 다양하게 맵시를 뽐내며 날아드는
황홀한 광경을 보고 있자니
벅찬 기쁨에 절로 더덩실 어깨춤이 나오더라.

어화! 벗님네야 청산(靑山) 가세나.
어화 능차! 벌 나비 너희들도 함께 청산 가자꾸나.

3. 過猶不及(레플레시아꽃)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늄이란 꽃이
'세상에서 제일 큰 꽃'이라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많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꽃처럼 보일 뿐
세상에서 제일 큰 꽃의 명예는 단연코
징그럽고 흉측한 레플레시아 꽃의 차지다.

잎이나 줄기가 전혀 없으며
그저 덩치만 크고 요상한 모양은
아무리 보아도 꽃이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모든 아름다운 꽃들에 대한
이단(異端)이며 모독이고 배신의 징표다.
벌 나비를 유혹하려는
노력은 아예 포기를 한 듯
향기 대신으로 내뿜는
역겨운 악취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더욱 고약한 것은
다른 식물들의 뿌리에 억측으로 빌붙어
아귀처럼 영양분을 착취하여 자란다는 점이다.

주(註) :

1. 바오밥 나무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로 잘 알려진 동화 속에 등장하는 나무.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섬 남부 건조지대에 서식하는 나무로서, 나무 윗부분이 마치 뿌리 모양으로 자란다 하여 '신(神)이 실수해서 거꾸로 심은 나무'라 일컬어지기도 함.
-최고 수령이 5천여년에 이르며 평균 높이 20m, 직경 10m나 되는 대형 나무임.

2. 레플레시아꽃
-수마트라 우림(雨林)지역에 자생하는 기형적인 꽃.
-직경이 90㎝, 무게가 무려 7㎏에 이르며, 꽃술은 60ℓ의 물이 담길 만큼 어마하게 크다.
-번식방법은 레플레시아가 죽으면 그 씨를 담고 있는 꽃은 아주 끈적거리는 점액질로 변해 코끼리와 같은 동물들이 밟고 지날 때 씨가 동물들의 발에 붙게 된다. 이것을 떼어내기 위해 덩굴식물에 발을 문지를 때 자연스레 사방으로 뿌려지게 돼 번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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