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같은 것<曹操 조조>.
눈내린 벌판에 남겨진 기러기 발자국 같은 것<蘇軾 소식>.
이것이 사람의 일생이라고 한다.
금새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지만 보이는 동안은 맑고 투명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들이다.
사람은 나서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에 부지런을 떨며 살기 마련이지만, 따지고 보면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움직이고 짝지어 아이 낳고 기르는 것이 그 기본이고 시간의 흐름따라 금새 사라진다.
영겁의 세월을 두고 흘러가는 시간 중에 잠시… 백마가 문틈 사이를 휙 지나가는 것처럼 짧은 동안<莊子>.
편승하여 몸을 기탁하고 사는 사람의 일생이라는데 살 수만 있다면 당연히 맑고 투명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 좋다는 뜻을 담아 그렇게 표현하는가 보다.
하지만 사람은 숙명적으로 싸워가며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추위, 더위, 홍수, 가뭄, 지진, 바람 등 역경적 자연환경과 싸우면서 살아가고, 굳이 전쟁이 아니더라도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사람과 사람이 싸우면서 살아야 하며, 욕심, 자존심, 시기, 질투, 정욕, 그릇된 마음 등 자신과 싸우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한 맑고 투명하고 편안한 삶을 가꾸며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싸움에는 언제나 쟁취의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속임도 바둥거림도 비굴함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찰나를 살지언정 기왕이면 부<富>, 권력<貴>, 명예<功>, 명성<名> 중 하나라도 이루어 잘나게 살고 죽어 이름자라도 남기려 함이야 나쁘다 할 사람도 싫어할 사람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나 잘나게 살자고 남을 못나게 살게 할 일은 아니고, 아무리 지금이 무한경쟁, 무한투쟁의 시대라 하더라도 싸워서 쟁취할 일은 더욱 아니다.
이름을 남긴다고 다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고, 자칫 무리와 사욕이 앞서면 오히려 오명을 남기는 화를 자초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내 선조들은 상인은 상인답게, 농부는 농부답게, 학자는 학자답게 살았고, 순박<淳朴>, 무사<無邪>, 무욕<無慾>하여 자연에 순화되고 사람과 화합하고 자신을 다스리며 살았다.
그런 중에도 후세에 빛나는 이름을 남기는 여러 일생을 보면서, 훗날에 내 일생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생각하며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