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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3. (월)

기타

[문예마당/稅政詩壇]어느 날의 단상

-박종서 (제천署)


텃밭을 일구며 묵은 씨앗이 터뜨리는
조용한 함성을 듣는다.
두꺼운 어둠을 뚫고
싹들은 참으로 빛나는 머리를 든다.

동구 밖을 멤 돌다 멈춘 헐벗은 기억들이
가슴 속 깊이 흐르는 개울이 되어
권태로운 대지를 적시면
바람도 없는 뒤뜰에 때아닌 낙화
깊은 고요가 마루 끝에 머문다.

낡은 사진첩에 이는 바람소리
거기 천년을 사랑한 박새 한마리 살아 숨쉬니
꽃들은 난분분히 탱화를 채색하고
그렇듯 사랑했던 것들이 다시 피는 까닭은
별들을 잠재웠기 때문이겠지

물소리 같은 정적을 베고 누워
내 마음에 가득한 법고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깊고 깊어 작은 풀벌레 키우고
이따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그 속내를 엿들어 본다.

무릇 사랑했던 것들이 수액으로 차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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