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바다를 아나'
해평리에서
그물코를 깁던 팔순의 노파는
오지랖 넓은 꽁초를 입에 문다
스물 셋에 남편을 바다에 묻고
삼 남매를 키우면서
바다에 뛰어들어 해초를 줍고
바다를 상대로 날품을 팔았단다
미역 줄거리처럼 야윈 손으로
파도치는 세월을 가슴에 새기며
때로는 삶의 실체를 절벽에 걸고
가슴살을 쥐어뜯는 외로움에도
바다는 질긴 삼베끈 마냥 묵묵히
그녀의 눈앞에 말없는 동행자로 있었다
벌레 먹은 청춘을 수선하듯
진한 한숨을 터는 그녀에게
바다가 보여주는 잔잔한 波高의 按舞
문득, 그녀의 주름진 눈 속에서
오랫동안 숨겨온 작은 은빛 소라딱지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