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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4. (화)

기타

[문예마당-稅政詩壇]폭 우

-김 정 호 서울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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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여름휴가때의 어느날 오후였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하늘은
컴컴해지면서 굵은 빗방울이 후두룩 떨어지길래
'소나기가 한줄기 하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미쳐 끝나기도 전에 장대같은 비가
물동이로 퍼붓듯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마침 심심하고 무료해 하던 나는 물구경이나 할까하고
대문을 나섰는데 동네골목과 행길에는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벌써 물이 넘쳐 작은개울처럼 흐르는 거였다.
나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물구경을 하던 중
어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니 사정없이 흐르는 빗물이
어느집 반지하실방으로 넘쳐 흘러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집을 들여다 보니 중학생으로 보이는 두자매가
벌써 물이 종아리까지 찬 방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기에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먼저 전기코드를 뽑고 뚜꺼비집을 열어 전기를 차단하고는
젖은 이불과 주워온 벽돌로 물이 못들어 오게 입구를 막고 서는
그 여자애들과 같이 물을 퍼내기 시작하였다.

한참 동안이나 쏟아지던 장대비는
어느덧 그치고 북한산 넘어 햇살이 살그머니 머리를 내밀었지만
우리들은 쉬지 않고 세시간여 동안이나 물을 퍼냈다.
물을 거의 다 퍼내고 마무리를 할 즈음에
그여자애들의 어머니께서 오시더니
물이 찼던 방을 보고 놀래기도 하고
또 내게 고마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 하는 거였다.
나는
"아주머니!… 목이 마르니 냉수 한잔만 주세요!…"
냉수 한잔을 들이킨 난 그집에 폐를 끼칠까봐
얼른 그 골목을 도망치듯이 빠져 나왔다.

그후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퇴근후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있는데
누가 초인종을 누르기에 나가보니

"아유!… 아저씨!… 아저씨 집 찾느라고 몇일이나 걸렸어요"  하며 그 아주머니께서 과일 한아름을 들고 서 있는 것이었다.
"아니!… 전 그저 그애들이 안쓰러워서 조금 도와준 것 뿐 인데…"
"예… 아저씨 마음 알아요… 허지만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서 물어 물어 이렇게 찾아왔어요…"
하며 과일 바구니를 내미는 것이었다.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그때 그일이 생각나
남몰래 미소를 머금곤 한다…

역시 남을 조금이라도 도와 준다는 것은 좋은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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