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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4. (화)

기타

[문예마당]稅政詩壇 - 32번 국도

이 욱 예산署


공산성 휘감은 안개는 옛 이야기를
금강 언덕에 부옇게 풀어대고
강물은 모래톱 따라 몸을 뒤척이며
얼음 틈새로 말발굽 소리를 낸다
연미산 고갯길로 2차선 도로가
검은 천 위에 노랗고 흰 실타래 굴려가며
끊어질 듯 이어지다 매듭 엉켜 주춤거린다

칠갑산 가는 이정표 뒤로 한
잎 떨궈낸 통천포 겨울 밭
앙상한 가지에 배 냄새가 물씬하고
농가 처마 밑 살결 고운 굴뚝은
한가로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미루나무 꼭대기 3층 까치아파트 옆
은사시나무 사이 연립주택들은
분가한 혈육의 그리움만 매달고
미끄럼 타는 아이들 모습 없는
덩그런 시냇가 보를 마주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시류를 타고 있는가
흔들리는 배 저어 어디로 가나

피난살이 이북 실향민 많은 유구읍
시름은 밤낮 고름처럼 베틀에 쌓이고
고향 생각으로 지샌 눈물을 
이곳에 묻고 산단다
구름 속에서 터져 나온 햇살이
소나무 얼음꽃 위를 걷고 있으면
사과 조형물 더욱 발개지는 차동 휴게소
갈증으로 헐떡이는 차량들 잠시 쉬다
주유소에서 허기짐을 달랜다

사과 밭 고랑 이름 모를 새 두 마리
작년 가계부 결산이 맞지 않나
몇 번이고 다른 셈을 외치고 있다
섬 모양 볏짚가리 듬성듬성한 들녘 
볏단을 서로 옮기던 뜨거운 형제애가
바람을 타고 솔솔한 예산에 다다라
안전벨트에 잠긴 생각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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