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를 알고 준비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낙엽은 이제 서서히 찬 대지 속으로 몸을 삭이며 사라져 갈 것이다. 어둡고 긴 세월 속으로, 흔적도 없이 그렇게 사라져 버릴지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색채로 자신을 단장하는 자연의 지극한 境地가 마치 창작에 전념하는 예술가의 정열처럼 순수하다. 또한 사라져 가는 것에 애착하지 않는 무심한 경계에서 잘 다스려진 종교인의 法悅을 느낀다. 벤치가 있는 공간이 있다. `남은 알지 못하고 자신만이 아는 자리'를 홀로 독(獨)이라고 했던가? 그 공간에 자신만의 자리를 가만히 내려놓은 사람이 있다.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낙엽이 그 발치에 겹겹이 쌓여있다. 바람이 그 정적인 공간에 심술난 듯 등장한다. 낙엽들이 서걱거리며, 도란거리며 서로의 떨어진 몸을 감싸주고 토닥거린다. 생각의 갈피가 잡히지 않는가? 굳이 감추려 들지 않는 허허로운 시선이 낙엽 위에 두께를 더한다. 태어난 곳으로 말없이 회귀하는 낙엽의 모습에서 분별 없이 살아온 지난 인생살이를 반추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