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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隨筆-나는 늘 이혼연습을 하면서 산다!



2001.12.18이면 결혼생활 18년째이다.

남편의 사업으로 난 늘 두 꼬마와 허덕이며 직장과 집으로 똑순이처럼 살아왔다. 동생들이 많은 탓으로 여상을 졸업한 난 늘 공부에 한이 맺혀 머리맡엔 언제나 몇 권의 책으로 나를 달래어 주었다. 두 꼬마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땐 미친 듯이 운전연수다, 컴퓨터학원이다, 영어학원이다, 꽃꽂이 등공예 지점토 수영 등산 볼링을 하며 여가시간을 즐겼다.

그래도 공부로 한이 맺혀 채워지지 않은 자신을 채우기엔 너무나 부족하여 37살이 되던 해 난 남편의 고마운 배려로 전문대를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다.

20살의 대학생들과 더불어 공부하기엔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밤새워 프로그램을 돌리고 시험공부할 땐 평소에 아껴두었던 연가를 3일씩 내어 독서실에 파묻혀 공부하곤 했었다. 시험기간엔 늘 남편의 삐짐으로 힘들었으나 그나마 2년이란 시간의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1년쯤 영어공부로 시간을 보내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또 다시 산업대학에 편입했었다. 남편의 허락도 없이 무작정 면접을 보고는 이혼이냐 학교냐의 갈등에서 정말정말 힘들게 졸업할 수 있었다. 졸업장을 받는 그날까지도 남편과 나는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졸업사진을 찍었었다. 그 가족사진은 지난해 1월에 찍은 사진으로 나의 책상위 덩그마니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2년을 더 공부하는 동안 난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과 이혼연습을 하였다. 마산세무서에 갈 수 있었던 나였지만, 또 다른 욕심으로 진주라는 먼 객지까지 오면서 시간이 남아돈다는 핑계로 다시 대학원이란 곳에서 공부하고 있다. 근 2년이란 시간 동안을 공부와 부산과 직장을 오가는 생활로, 남편과 나의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이혼연습이 오고가곤 하였다.

이 시간 이혼의 반복이 언제쯤이나 끝이 날는지…….

차창 밖 꽁꽁 얼어붙은 자그마한 도시를 맞으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도시 중심을 가로지른 남강의 아름다움과 길게 뻗은 은행나뭇잎들이 차례로 줄지어 선 거리의 앙상한 가지를 바라보며…….

바로 엊그제만 해도 노오란 빛깔의 아름다움을 서로 자랑하며 함께 부대끼더니……. 차갑게 얼어붙은 듯 강물은 조용히 멈추어 햇살에 물결만이 흔들댄다.

부산을 떠나온 지도 벌써 2년이란 시간을 가까이 하고 있다. 떠나올 때 그렇게도 반대하고 서럽도록 힘들게 하더니……. 아직까지 미련을 못 버린 듯 부산을 갈 때마다 남편은 나를 힘들게 한다.

이젠 현실을 인정하고 그 현실에 적응되어 서로가 편안한 가운데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으면, 늘 부산을 뒤로하고 진주로 떠날 때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도하곤 한다. 무사히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튼튼한 몸과 힘과 정신을 달라고…….

다행히도 고등학교 1학년생인 여자아이와 중학교 1학년생인 남자아이는 아빠보다 더 착실하게 현실에 적응하고, 엄마를 편안하게 해주려 노력하고 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듯 하다.

화요일·수요일엔 학교로, 목요일엔 부산으로, 금요일엔 또 다가오는 내일을 위해 하루를 휴식으로 몸을 던진다. 부지런히 퇴근후엔 요가로 몸을 수련하고, 나머지 시간은 영어공부로 학원을 왔다갔다 하루 생활이 빠듯하다. 하지만 열심히 현실에 적응하고 충실한다면 반드시 그 결과는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믿어본다.

객지생활이 때로는 서럽도록 외롭게 느껴지지만……. 태양의 햇살이 하이얗게 부서지는 한, 난 열심히 내일을 향해 오늘을 걷는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정임순 진주세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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