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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5. (수)

내국세

안정남 국세청장 취임 2주년 날에


 

 

박 정 원 시인
(국세청 인사계)

화엄사에서
오랫동안 함께 걸었던 영산강이
속곳 깊이 여미었던 山 그림자를
내게 건네주고

슬며시 안개 속으로 그 모습 감추었을 때
멀리 華嚴이 숨쉬는 지리산의 치마폭을 찢고
마음 한 짐 부려놨습니다

 

연꽃을 밟고
다시 그 연꽃을 거꾸로 머리에 인
각황전 앞 감로탑의 네 마리 사자처럼

 

한시도 내게서 떠난 적 없는 당신,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구하려고 밤새도록 달려왔습니까

 

작은 물살 하나만 일어도 여기저기서 쑥덕거리고
헤집다가 찾지 못하면
질타의 목소리들로 빽빽이 들어선

 

절 마당, 동쪽과 서쪽 마주보는 오층석탑 기단에다
내 무거운 그림자를 내려놓고
발길을 돌립니다

 

계속 쉬지 말고 걸어야겠지요
내 마음의 기왓장에다 새긴 正道稅政 네 글자를
화엄사 대들보 위에 堂堂하게 얹어놓고

 

사랑 하나만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처럼
다시 서울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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