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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5. (수)

기타

[寸鐵活仁]공직자들이여! 댁들만이라도 제발…



장재철(張在鐵) 시인
本紙 論設委員

요새 공무원들은 겁이 없다. 이 말은 일제 때부터 오랜 동안 관직에 있으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구관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내가 겪은 일제 때 국가권력을 무슨 자기 개인의 배경인 것처럼 잘못 알고 국민을 억압하고 호령했던 시절에도 우리는 법률은 물론 복무상의 사소한 규칙도 결코 어기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단돈 1원이 틀리는 회계장부를 붙들고 밤을 새웠고 공금 알기를 `밤길에서 만난 호랑이'처럼 무서워했다.

어디 그 뿐인가. 어쩌다가 이권에 얽힌 대접(향응)을 받는 일이 있으면 지금처럼 백주대낮에 권속(眷屬:부하직원) 거느리고 `여봐라. 대감 거둥이시다'하는 식의 당당한 것이 아니고 술집 뒷문을 살짝 두들기고 들어가는 요즘 시체말로 어줍고 쩨쩨한 것이었다.

그리고 좀 지체있는 관리들은 출근후 대문을 꼭꼭 안에서 잠그게 하여 그동안 내객이 있으면 문틈으로 명함만을 받고 빈손으로 찾아 뵙기가 민망해서 들고 온 `다른 것'의 통관(?)은 그 집 식모의 독단으로 막게 했다.

淸白은 곧 우둔한 자의 대명사요, 강직은 남에게 뒤지는 낙오자와 동의어가 되었다니……. 그리고 더욱 愈出愈怪한 것은 뇌물 좋아하기를 앞이 뻔한 나이 많은 측보다는 年氣方壯한 샛파란 젊은 층이 더 한다니…….

국가장래를 위해서도 한심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정치도 그렇고, 신용사회의 핵심인 은행까지도 그런 모양이니 `우리 공무원 만이라도……'하고 바라는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셨으면…….

그래서 부탁인데 기왕지사 겁이 없으려면 자기소신에 따라 용감하고 상사의 부당한 지시·명령 앞에 법과 규칙의 우월성을 주장할 줄 알며 어느 개인이나 권력자를 위하기 보다는 국민 전체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는 `겁이 없는 공무원'이 되고 또한 그러한 뼈있고 기개있고 곧은 부하직원을 알아주고 아껴주는 `겁 없는 상관'이 많이 나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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