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정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며 아직도 찬연한 빛을 발하고 있는 이 모범납세자 동판은 39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한양행에 소중히 보관돼 있다. 역으로 보면 국세청 40년사 중 한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유물이기도 하다.
이 모범납세자 동판에 담겨 있는 비화는 40주년을 맞은 국세청과 납세자에게 반성과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사장은 운명 직전 회사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유언했다.
"정직함을 상징하는 모범납세자 동판은 대대로 이어져 나갈 우리 회사 자랑이라고 후임 사장들에게 전하시오."
지금까지 유한양행의 보물로 대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모범 납세자 동판의 탄생 비밀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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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유한양행 유일한 사장<가운데>이 이낙선 국세청장
<오른쪽>으로부터 모범납세자 동판을 수여받고 있는 모습.
<오른쪽>으로부터 모범납세자 동판을 수여받고 있는 모습.
'67년 여름, 국세청은 권부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하명을 받았다. 정치자금 한푼 내지 않았던 유한양행에 대한 정치적 보복성 세무사찰에 착수했다. 유한양행 본사와 공장, 전국의 특약점에 대해서까지 수많은 세무조사 인력을 동원, 무더운 여름날처럼 진땀나는 조사를 연속해갔다.
그러나 당시 무소불위하고 정교한 국세청 조사국도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완벽하리만치 깨끗한 회계처리 앞에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당시 국세청장과 조사국장은 성실기업에 누를 끼친 미안함에 이렇게 의논했다고 한다.
"국장, 우리가 유한양행의 유 선생님께 못할 짓을 했죠?"
"저도 그런 가책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탈세자를 철저히 파헤치는 것도 좋지만 선량한 모범납세업체는 무엇인가 칭송하고 보호해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소?"
"저도 동감입니다."
이렇게 하여 모범납세자 동판이 급조되게 됐고 국세청장이 직접 이 동판을 당시 유일한 사장에게 수여하게 된 것이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대서 특필되었고 유한양행은 최고의 투명하고 깨끗한 모범납세기업으로 검증받았고 찬란한 영예는 지금도 빛을 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모범납세자 동판은 앞으로도 대대로 이어져 이땅의 납세업체들에게 반면교사로 숨쉬게 될 것이다.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은 기업' 유한양행은 1968년 납세자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