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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세무 · 회계 · 관세사

시장·관계당국 적극 감시 회계투명성 확보

전체기업 저평가 악순환 차단해야

 

지난 8일 두산산업개발은 '95년부터 2001년까지 두산건설 시절에 2천797억원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사실을 자진공시했다. 지난달 '가족회의 결정'에 따라 그룹회장이 된 박용성 회장이 두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산업개발의 업무보고과정에서 친형 박용오 전 회장 재임시절 2천797억원을 과다 계상한 것을 발견했다며 그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천억원대의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졌다 하더라도, 과거 분식을 자발적으로 수정한 경우(심지어 역분식 등의 불법적 방법으로 수정한 경우에도) 감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지난 3월의 개정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외감규정)에 따라 금감위는 두산산업개발에 대해 제재는 커녕 감리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현재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해 두산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외감규정의 상위 근거법인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감법) 위반 등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상위법과 하위규정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게 됐다. 외감규정의 상위법인 외감법 어디에도 기업회계기준에 위배되는 회계처리를 용인하거나 이에 따른 처벌을 면제하는 근거규정이 없기 때문에 외감규정은 명백한 상위법 위반이다.

개정 외감규정은 감리를 유예함으로써 집단소송은 물론 개별 민사소송과 형사처벌까지도 사실상 사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감독당국이 감리를 실시하지 않으면 외부인은 분식의 실체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스스로 분식사실을 털기 위해 과거 분식을 자발적으로 수정한 기업의 감리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감규정의 개정이후에도 스스로 자신의 분식회계 사실을 밝힌 사례는 금감위의 감리 중에 분식을 자백한 몇건의 사례를 제외하곤(곧 드러날 분식사실을 조금 먼저 밝혔다는 이유로 징계수위가 두 단계나 낮아졌다) 이번 두산산업개발 건이 처음이다.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 자진공시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분식회계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미연에 봉쇄하기 위해 취해진, 즉 개정 외감규정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판단된다.

이번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 자진공시 내용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몇가지 의문점이 있다.

두산산업개발은 '95년부터 2001년까지 건설공사의 매출을 선인식해 매출 2천797억원을 과대계상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2004년 12월말 현재 동 금액이 매출채권과 잉여금에 각각 과대계상돼 있다'고 공시했다. 두산산업개발의 진술대로라면 '95년부터 무려 10년 가까이 약 2천800억원 가량의 가공금액을 매출채권에 계상해 왔다는 것인데, 이는 고려산업개발과의 합병전인 2003년의 매출채권 잔액 4천1억원의 약 70%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런데 건설회사의 특성상 가공채권 금액은 매년(길어야 2∼3년을 주기로) 새로운 분식으로 대체돼야 한다. 매출채권 잔액의 70%에 이르는 금액을 매년 새로운 분식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회계실무상 지극히 어려운 일로서 두산그룹 총가일가의 사전인지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분식을 자진고백한 내용으로만으로는 분식의 전모를 알 수 없다. 분식을 털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과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이러한 감시가 부족해서 어느 기업이 정말 분식회계를 했고 어느 기업이 회계처리를 깨끗하게 했는지 알 수 없게 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되고 전체 기업이 저평가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된다. 회계투명성 확보는 전체 기업을 살리는 윈-윈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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