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좀 고즈넉하다면
고갤 들고 나뭇잎을 보라
이파리 하나하나에 서려있는 저 반짝임을 보라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파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애써 나무를 흔들어보지 않으면 까딱도 않는다
마음이 좀 고요해지면
다시 고개를 들어 나뭇잎을 천천히 보라
언제 우리가 저 많은 사람들을 기억했던가
언제 우리가 저 많은 말들을 귀담아 들었던가
저 많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입을 열면
누가 누구의 진실이겠는가
누구의 무엇이 거짓이겠는가
한 곳에서 평생동안 살다가
한 곳으로 못숨 던지는 이파리들
우리는 애써 눈여겨보지 않는다
이파리 한 잎 들춰보지도 않았다
내 죽어도 남아 있을 한 그루 나무에게
기꺼이 이파리를 피우고 싶지 아니한가
오늘만이라도 그 나무 그늘 아래 스스럼없이 다가가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로 있어보기를
떨어진 이파리 한 잎으로 밟혀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