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0일 기업 관련 상속제도에 대한 쟁점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기업 관련 상속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안종범 교수(성균관대)는 주제발표를 통해 상속세 개선방안으로 ▶선진국 수준의 상속세율 인하 ▶할증과세제도 개선 ▶상속세 항목별 포괄주의와 자본이득과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이상돈 교수(중앙대 법대)는 "최근 부동산 과세표준 현실화로 인해 웬만한 부동산을 갖고 있는 기업주, 건물주, 식당 등 사업주는 대개 상속세 부과대상이 된다"면서 "상속세가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참여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를 없애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영권 승계의 경우에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고,또한 형평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경영자로서 토론에 참석한 윤장혁 화일전자(주) 대표이사는 "중소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상속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현행 세제하에서는 기업의 경쟁력과 기업인의 경영의지를 약화시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뒤 "심지어 자금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도산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반면 권영준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은 상속세 폐지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권 소장은 "최근 상속세 폐지 주장에서 폐지론자들의 관심대상은 바로 재벌들의 오너들이 그들의 자손들에게 승계하는 경영권"이라며 "실제로 2004년도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우리의 경우 상속요인 발생 대상자들 중 오직 0.7%만이 상속세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권 소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반드시 시장에서의 성과를 통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본인데 우리 재벌들이 경영권 승계에서 시장에서의 검증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기에 앞서 반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권 소장은 "선진국과 달리 주식양도에 따른 자본이득세제가 미비한 현실하에 각종 편법으로 탈세하는 등 자본차익과세제도의 정비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상국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속세 개선을 위해 주식 등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자본이득과세제도 도입)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자본이득과세제도를 갖추지 못하여 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이 결과로 세제의 왜곡이 일어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상돈 교수(중앙대 법대) 상속세를 없애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것은 주식이 큰 쟁점인 대기업의 경우에는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도 주식양도 차액에 대해 양도세 형태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승계의 경우에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여부와 형평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상속과 기업승계가 반드시 대기업 또는 상장기업만의 문제로 봐서도 안될 것이다.
최근 부동산 과표 현실화로 인해 부동산을 갖고 있는 기업주, 건물주, 식당 등 사업주는 대부분 상속세 부과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사업을 정리하거나 다른 절세 대책을 세울 것인데, 그런 결과로 경제성장과 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상속과 상속세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속은 자본주의의 근본이고 자본축적의 뿌리이다.
그런데 사회주의 이론이 상속을 '죄악'으로 홍보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난 반세기동안 좌파 이데올로기에 세뇌됐는데,이를 이제 원점으로 돌이켜 놓아야 한다.
상속세뿐만 아니라 모든 세금을 낮추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우파 정권을 탄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기업과 부유층의 엑소더스가 일어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상국 연구원(한국조세연구원) 국부를 지키고, 세원을 지키기 위해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에는 높은 세율로 인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않도록 하는(즉 경제주체의 노동의욕을 심하게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세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세이다.
시장에서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심판하기 위해 자본이득세 및 소득세가 할 영역과 상증세가 할 영역을 분명히 해서 각 세목 고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인해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사례에 대응해서 도입된 제도이다.
무조건적인 적용보다는, 거래형태에 따라 시가로 과세함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증권거래소시장 및 협회중개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 시가로서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시가로 과세한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에는 시가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거래된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덧붙이는 방식, 곧 현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함이 타당하다고 보여지며, 할증률을 조금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즉 할증률의 적용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범위내의 주식 수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수를 초과하는 부분에는 적용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현행 상속세는 소득세의 보완세로서 여러가지 원인으로 누락된 소득세 과세누락분을 청산한다는 평생소득정산설의 입장에서 유산과세형을 취하고 있다.
유산과세형은 생전에 정직하게 소득세를 납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소득세 과세누락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되는, 어떻게 보면 이중과세되는 측면이 있어 취득과세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취득과세형은 유산과세형보다 부의 집중 억제 및 세부담 형평성 제고에 보다 더 충실한 과세유형이기 때문에 여기에 중점을 두고 과세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순수취득과세형으로 전환시 세무행정상의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산과세형과 취득과세형의 절충형인 '법정상속분 과세방식에 의한 취득과세형'으로 먼저 전환하고(발표자의 주장과 동일) 향후 상속관행 및 여러가지 여건이 개선되고 세무행정이 뒷받침될 때 '순수취득과세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권영준 교수(경희대 경영학과) 모든 세제는 일국의 경제·사회의 환경변화에 걸맞게 개혁되는 것이 옳다.
상속세 폐지라는 주장이 옳은 것인지는 우리 경제·사회에 대한 실사구시적 진단에 달려 있는 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흑백논리적 폐지주장은 비합리적인 현실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문제가 많다.
첫째, 상속세제의 글로벌 추세를 따르기 위해서는 경영권 승계의 글로벌 추세를 먼저 따라야 한다. 경영권이 무엇인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의사결정 권한과 최종책임을 지는 것이 경영권이기 때문에 가족간의 승계이든지 전문경영인에의 승계이든 간에 글로벌 기업들은 반드시 시장에서의 성과를 통한 검증(檢證)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본이다. 즉 경영권은 상속·증여라는 승계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검증을 통한 승계대상이다. 그러나 우리 재벌기업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핏줄이라는 연결줄 이외에 우리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에서 시장에서의 검증과정을 제대로 거치는 그룹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기에 앞서 반문해 봐야 한다. 이미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영실패로 대기업이 붕괴될 때, 국민경제적 폐해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처럼 전문경영인에 의한 승계이든 가족승계이든 간에 시장에서의 경영성과를 통한 검증을 거친다는 경영권 승계의 최우선 조건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선결된다면, 우리의 상속세제 선진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적인 사회 인프라 문제인 재산형성과정의 불투명성과 낙후된 감독 현실, 탈세방지제도의 미비 등의 세정상 제약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상속세 폐지는 시기상조다. 셋째, 일부 선진국들의 경우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합산해 종합소득으로 과세하고 있는데, 주식양도에 따른 자본이득세제가 미비한 현실하에 각종 편법으로 탈세하는 우리의 경우 증권(주식과 파생 유가증권 등 포괄)자본차익과세 제도의 정비가 급선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