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용산의 전자상가를 비롯, 동대문 밀레오레와 두산타워 등 집단상가를 중심으로 세원관리에 나선 것은 취약업종에 대한 공평과세를 기필코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돼 있다.
물론 수십년전부터 이들 업종에 대한 유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거래질서정상화협의회를 통해 무자료거래근절 등 자발적인 성실신고를 유도해 왔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강력한 세무조사 등 적극적인 세원관리를 실시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메이커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자제품 의류 등은 국세청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첨단산업제품이라는 초과학성에 걸맞지 않게 유통의 실태는 지극히 원시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유통문제의 발단은 우선 원자재의 음성적 공급과 제품의 판매체제의 모순성 등으로 인해 성실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무자료로 국내에 반입된 `컴퓨터 칩'은 주로 서울 종로의 세운상가,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전자상가가 형성된 거의 모든 곳에서 업자끼리의 정보나 기술교환 등을 통해 제조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이같이 제조된 컴퓨터는 주로 세운상가나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덤핑시장을 형성해 메이커제품의 출고가격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조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판매돼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이 되고 있다.
용산에서 소규모 컴퓨터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某씨는 “해외에서 흘러들어온 칩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무자료 원료수급이 성행하고 있다”며 “시중에 나돌고 있는 컴퓨터의 절반이 이런 종류의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비단 컴퓨터업체에서만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건 결코 아니다. 제조 판매에서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탈세행태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세금계산서 위장거래는 주로 동일시장내 사업자간 또는 업태가 같은 사업자간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실물거래없이 계산서만 왔다갔다 하는 소위 실물 따로 자료 따로의 행태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이들 업종은 빈번한 휴·폐업과 중간도매상이 소매업이나 서비스수리업으로 쉽게 위장등록하는 등 `모자 바꿔쓰기'식 변신을 거듭, 동태파악이 거의 불가능하고 대부분 전자제품소매를 경영하는 전파상은 거의 미등록 상태로 영업, 부실한 행정과 제도자체를 악용하며 조세망을 근원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피력했다.
세원관리상 가장 문제가 되는 가정용 전자기기의 연평균 생산증가율도 높아 집중적인 세원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의 지역담당제가 폐지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세원관리가 약화되고 있는 점도 보완해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세적관리도 절실한 시점이다.
한편 동대문지역에서 발생하는 무자료 원사·원단도 엄청난 규모이고 소위 제조단계가 `세금의 영역'밖에서 움직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영세한 사업실태를 내세운 일부 중규모 기성복 제조업체들의 공공연한 탈세행위는 전반적 세정질서를 혼란하게 하는 한편 실질적인 영세업자들까지 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