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과 특수관계 공익법인은 제외
편법상속·조세회피 수단 악용가능성 차단
여야가 유산의 10%를 초과해 기부할 경우 상속세액의 10%를 감면해 주는 이른바 ‘한국형 레거시 10’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하던 기부 문화를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인 정태호·박수영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2일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여야 국회의원 20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속재산 중 공익법인 등에 출연한 재산이 상속세 과세가액의 10%를 초과할 경우, 상속세 산출세액의 10%를 세액공제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과세가액 불산입’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납세자가 기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도입한 형태다.
이번 법안은 영국의 ‘레거시 10’ 제도가 모델이다. 영국은 2012년 유산의 10%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인하하는 레거시 10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영국의 유산기부액은 2015년 약 5조7천억원에서 2024년 약 8조5천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연간 세수 감소액보다 약 2.7배 높은 민간 기부 증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우리나라 기부 참여 수준은 전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최근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4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42개국 중 88위(기부지수 38점)로, 특히 사망 시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유산기부는 전체 기부의 약 1% 내외에 그쳤다.
정태호 간사는 “세계 주요국은 유산기부를 공익 재원을 확충하는 핵심 제도로 인식하고, 이를 세제 구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상속 과정에서 사회적 환원을 택한 국민에게 국가가 분명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 신호를 주는 것이, 성숙한 기부문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영 간사 역시 "세계 최고수준 상속세율에 따라 유산 등 고액의 자산이 해외로 유출되는 등의 문제가 뒤따르고 있다"면서 "일부 상속재원이 우리 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세율 감면을 포함한 인센티브 제도가 지속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개정안은 편법 상속이나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에 있는 공익법인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세부 요건과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엄격히 규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