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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7. (화)

세무 · 회계 · 관세사

세무플랫폼의 그림자…종소세 시즌 우려 커지는 '유사 세무대리'

전문자격사 역할 침해 논란 '부글부글'

세무대리질서 더 혼탁해지나 우려도

세무사계 "프리랜서 종소세 업무 대안 찾아야" 목소리

 

세무사들의 최대 업무인 종합소득세 시즌이 돌아왔다.

 

이달 25일 부가세 예정신고가 끝나면 곧바로 종소세 업무에 돌입하는데 확정신고보다 상대적으로 업무부담이 적은 부가세 예정신고여서 대부분의 세무사사무소는 사실상 이달부터 종소세 시즌에 돌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종소세 신고를 앞두고 세무사들은 최근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삼쩜삼을 비롯해 이지택스, 쎔(SSEM) 등 AI 기술을 장착한 ‘세무서비스 플랫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등장한 플랫폼의 주요 서비스 대상은 프리랜서를 비롯해 플랫폼노동자, N잡러, 개인사업자 등이다.

 

특히 세무사들은 세무대리인간 치열한 ‘덤핑 수임’ 경쟁으로 업역이 날로 축소되고 있는데 여기에 플랫폼까지 가세하는 상황이 되자 플랫폼의 확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세무사계에서 세무플랫폼이 본격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삼쩜삼’이 큰 계기가 됐다. 2020년 출시된 삼쩜삼은 간편 세금 신고환급 서비스로, 단기간에 누적 가입자 1천만명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삼쩜삼은 한국세무사회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2021년 3월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의 대표를 무자격 세무대리 혐의, 무자격자 불법광고 혐의 등으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으나,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8월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불송치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한국세무사회는 이의신청서를 내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여기에 더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를 했다.

 

심지어 이 문제는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으며 결국 국세청장은 “환급 앱 이용의 필요성이 축소되도록 납세자들에게 환급을 안내하고 개인정보 준수와 관련한 공문도 시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국세청은 528만명의 인적용역 소득자에게 9천억원이 넘는 환급금을 직접 찾아줬다.

 

삼쩜삼 사태를 계기로 세무사계에서는 최근 우후죽순 등장하는 플랫폼이 전문자격사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제도의 경우 광고의 내용과 방식까지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들 시장에 진출한 플랫폼들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적으로 전문자격사 시장에서 금지해 온 중개 및 알선 금지, 동업금지, 광고 제한 등의 규제를 계속해서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일 강남대 교수도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 “플랫폼 세무관련 서비스도 전문자격사인 세무사를 규율하는 세무사법 등 관련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세무사가 업무상으로 관여하지 않고 플랫폼 운영사의 내부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환급 신청 등 세무대행을 하는 것은 무자격 세무대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개업 세무사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황모 세무사는 “가장 큰 원칙은 세금 신고⋅납부⋅환급⋅불복 등과 같은 세무업무는 어떤 형태든 세무사등록을 한 세무사만 할 수 있는 업무다”고 했다.

 

홍모 세무사는 “법률서비스 시장의 로톡은 소개 알선 형식인 반면 세무서비스 시장의 플랫폼은 세무신고 대행이라는 차이점이 있다”며 “플랫폼이 세무사만 할 수 있는 업무를 대행하면서 개인정보를 수집 및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출현으로 세무대리 질서가 더 혼탁해져 납세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모 세무사는 “현재 국세청은 간편장부대상자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는데 플랫폼이 이런 점을 악용해 세무대리 질서를 혼탁하게 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무사업을 20년 가까이 했지만 현재 수임 고객은 불과 500명도 안된다. 신고든 환급이든 한 명 한 명의 세무사항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데, 플랫폼이 다양한 세무변수를 어떻게 체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 나아가 세무사계에서는 플랫폼의 부작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황모 세무사는 “보험설계사가 연말정산 신고를 하듯 배달라이더 등 인적용역소득자들이 간편하게 연말정산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이나 더존, 세무사회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세무 경험이 부족한 납세자들에게 제공하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장모 세무사는 “차제에 유사 세무대리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세무사계에서는 최근의 플랫폼 논란과 관련해 국내 세무회계프로그램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더존비즈온 측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더존 측은 여타 세무플랫폼처럼 환급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만, 세무사들이 고객과 더 편하게 소통하고 또 업무를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기능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몇몇 플랫폼의 경우처럼 세무사의 업역 침범이 아니라 세무사들이 고유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 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국세청은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향을 밝히면서 인적용역 소득자를 대상으로 환급금 찾아주기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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