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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1.05.17. (월)

내국세

"급여대장 취합부터 안되는데 무슨 매월 제출이냐?"

세무대리계, 지급명세서 매월 제출에 "현실 무시한 행정" 비판 

매월 자료 집계하고 세무사에게 보내고…"사업주나 세무사나 엄청난 부담"

"고용보험 로드맵…세무사, 일은 늘었는데 보상은 없어"

"인건비 거짓 신고도 많은데 이를 토대로 로드맵?"

고용보험 사각지대 없애자는 취지 좋으나 바늘 허리엔 실 꿸 수 없어

 

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소득파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일용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매월 제출토록 세법이 개정되자, 세무사들이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고용보험 '소득파악' 불똥이 사업주·세무대리인에게", 본지 2021.3.5.보도)

 

현재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는 ‘근로내용확인신고서’를 통한 일용근로자의 소득파악률은 세무사가 제출하는 지급명세서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적시성 있는 소득정보 인프라를 구축키로 하고, 지급명세서 제출주기를 단축시키는 세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올해 7월1일 이후 지급하는 소득분부터 일용근로소득 지급명세서와 원천징수대상 사업소득에 대한 간이지급명세서를 매월 제출해야 한다. 종전에는 각각 매분기, 매반기 제출했다.

 

이같은 세법개정 소식이 전해지자 세무사들은 “로드맵에 따라 소득파악을 적시에 하기 위해 세무사사무소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업주와 세무사사무소의 실상을 전혀 고려치 않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세무사들은 일용근로소득 지급명세서 매월 제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자료 취합의 어려움’을 꼽았다.

 

경기 소재 모 세무사는 “자료 취합이 힘들어 분기마다 지급명세서를 제출하는 것도 벅찬데 매월 제출하는 것으로 단축하면 다른 업무 추진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세무사는 “앞으로 근로복지공단에 매월 근로내용확인신고서를 제출하고 국세청에도 매월 일용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것보다 더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업체 현장에서 인건비 자료취합이 전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현실을 도외시한 행정임을 일갈했다.

 

인건비 관련 자료취합과 신고 업무를 실제로 진행하는 세무사사무소 직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심각했다.

 

서울 역삼동 모 세무사사무소 직원은 “일용직을 쓰는 사업체의 경우 급여 지급일이 매월 말일이기도 하고 다음달 5일이나 10일인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사업주한테 전화 또는 핸드폰 문자로 급여대장 등 인건비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 직원은 “자료를 요청하면 즉시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들도 현장에서 직접 뛰는 등 영세한 업체를 운영하는 탓에 2~3일 지나서 또는 1주일을 경과해 주기도 한다”며 “이런 영세업체를 만나면 세무사사무소는 취합해서 검토할 시간이 더욱 촉박해 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업주를 상대로 두세 차례 심한 경우는 네다섯 차례 전화나 문자를 해서 급여대장을 달라고 요청하는 일을 이제는 매월마다 해야 한다. 사업주도 세무사도 엄청난 부담이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세무법인을 운영하는 모 세무사는 “고용보험 로드맵을 그리는데 세무사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늘어나는 일만 있을 뿐 보상은 고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곳이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소득파악의 부실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 소재 모 세무사는 “실제로 영세한 사업주의 경우 인건비를 거짓으로 꾸며 신고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토대로 로드맵을 그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으며, 인천지역 모 세무사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좋은 취지가 보다 효율성을 갖추기 위해선 바늘 허리에 실 꿰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무대리계에서는 ‘지급명세서 제출주기 단축’ 세법개정에 따라 당장 7월부터 시행될 경우 사업주나 세무대리인 모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기에, 기재부와 국세청 등이 현장의 불합리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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