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 제42회 정기총회가 열린 지난달 28일의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이날 컨벤션센터 주변에서는 짙은 색 양복차림을 한 사람들이 한손에는 검은색 여행용 가방을, 다른 한손에는 푸른색 경품추첨권을 든 공통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름아닌 한국세무사회가 정기총회 참석자에게 기념품으로 여행용 가방을 제공하고, 경품 추첨권을 나눠준 뒤의 행사장 주변 분위기.
임원투표가 없는 정기총회임에도 불구하고 2천7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것은, '회무 관심도 증가'가 한 요인이지만 이날 총회 마지막 행사로 진행된 경품추첨행사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인 것 같다.
무려 5시간 넘게 진행된 총회는 마지막까지 800∼900여명의 회원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620만원 상당의 S社 홈시어터를 비롯해 총 2천500여만원의 경품이 세무사들을 잡아끈 것이다.
집행부측에서는 이번 총회를 사물놀이와 국악공연 등이 어우러지는 '축제 한마당'으로 치름으로써 회원 단합을 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집행부 전략대로 총회 참석 회원들은 총회 맨 마지막 행사인 경품추첨이 있기까지 사업계획 및 예산안, 회칙 개정안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보고사항과 의결사항, 회칙 개정안 등은 귀찮은 통과의례로 밖에 느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일부 회원들은 총회가 길어지자 컨벤션센터 밖에서 잠시 쉬다 경품추첨행사 시간에 맞춰 총회장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정기총회를 '축제 한마당'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전략 덕분인지, "정기총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일부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회칙 개정안 ▶예·결산안 ▶사업계획 등 중요 안건이 경품추첨행사에 가려져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때문에 회칙 개정의 당위성 설명이라든가, 사업계획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청취가 이뤄지지 못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K세무사는 "단체의 정기총회가 이벤트성 행사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면서 "세무사제도 창설일을 기념하는 기간에 사무소 직원들과 수임업체 고객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같은 경품추첨행사를 실시했더라면 의미가 깊었을 것"이라며 총회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