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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08. (일)

내국세

'전관특혜+전문자격사' 국세청 화끈한 이슈 끌기…결말은?

지난 2월 변호사·세무사·회계사·변리사·관세사 등 전관특혜 전문직 28명 기획조사
세무대리계, 조사대상자들 세금탈루 심각한 정도였나 의구심

국세청이 지난 2월초 '전관특혜'를 누린 것으로 의심되는 전문자격사 28명을 대상으로 기획세무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두달여가 지난 4월 중순 현재 이들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착수단계부터 각 전문자격사들, 특히 세무대리계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 왔던 이번 전관특혜 기획조사는 세무조사의 은밀성으로 인해 추징세액 등 조사 결과에 대해선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전관특혜’+‘전문자격사’라는 단어 조합이 이끌어 낸 사회·경제적 파급력은 상당했다는 것이 전문자격사단체 소속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로, 특히 일반인들로부터 전문자격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 2월18일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반칙과 특권을 이용해 불공정 탈세를 일삼은 138명을 대상으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이 가운데 변호사·세무사·관세사·변리사 등 28명의 전문자격사에 대해서는 전관특혜 혐의를 두고 기획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전관특혜 전문직은 변호사가 가장 많아 조사대상자 28명 가운데 10명이 넘었으며, 변호사 다음으로 세무사가 8~9명, 나머지는 관세사와 변리사 등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당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이들 전문자격사 가운데 전관특혜를 누린 변호사와 변리사의 탈세 행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례로 고위공직자 출신의 변호사 A씨는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수임한 사건의 성공수임료가 수백억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명의위장 사무실을 설립해 수입금액을 분산한데 이어 사무장 명의로 유령컨설팅 업체를 설립해 거짓으로 경비 수십억원을 계상하는 등 소득금액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뿐만 아니라 성공보수금을 절반으로 축소·조작하는 허위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세무조사 등을 대비해 승소 대가에 대한 수수료 정산·입증표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대상에 올랐던 변리사사무소의 경우 고위직 전관출신을 영입해 외형히 커지자 차명계좌, 허위 용역수수료 등을 이용해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소득 전문자격사가 이처럼 소득금액 축소, 경비 허위작성에 이어 심지어 명의위장 사무실까지 설립하는 등 백화점식 탈루에 나선 정황이 밝혀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또다른 전문자격사인 세무사의 경우 많게는 9명 가량이 이번 기획조사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세청은 조사 착수 이전과 이후에도 구체적인 탈루사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세무조사 착수 직후부터 세정가 곳곳에선 누구누구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으며, 실제로도 이같은 소문을 직접 확인한 결과 대부분 사실로 나타났다.

 

세무대리계에서는 공정한 경쟁 차원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조사의 불가피성을 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국세청의 이번 기획조사가 선정부터 시작해 조사진행 전반에 걸쳐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비판적인 기류가 강했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기획조사에 선정된 대상자 면면을 살피면 속칭 고위직으로 퇴직해 전관예우를 누려온 행시 출신 세무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전관예우를 누린 고위직이라는 기준부터가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선 국세청은 물론, 조사대상자 스스로가 입을 다물고 있기에 추징세액 등은 알려지지 않는다”면서도 “세무업계 특성상 소득금액을 축소할 경우 자격이 날아갈 수 있어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소득탈루 혐의 보다는 경비부인에 따른 추징금이 거의 전부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관세사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기획조사에 포함됐던 모 관세법인의 경우 순수한 관세업무에서 파생된 추징금액이 아닌 물류창고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한 경비를 부인한데 따른 추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사계와 관세사계가 이번 세무조사의 당위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대목으로, 기획조사의 특성상 장부 예치까지 불사하며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으나 정작 경비 부인 외에는 별반 세금탈루가 많지 않았음에도 국세청이 대대적으로 '전관특혜 전문직'을 언급하며 기획조사에 나섬으로써 전문자격사의 자존심을 허물어뜨렸다는 볼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기실 국세청이 전관특혜에 초점을 둔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 연말부터 제기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회의에서 “전관특혜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후 김현준 국세청장은 올해 1월29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우월적 특권·지위를 남용해 막대한 수입을 얻고도 성실신고하지 않은 전관특혜 전문직 고소득자에 대한 세무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그로부터 한달만에 전관특혜 전문자격사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앞서처럼 세무대리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전관특혜를 누린 세무사가 이번 기획조사에 포함됐는가' '조사 결과 심각한 소득탈루 혐의가 명백하게 드러났는가' 등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스스로도 세무사를 국세행정의 동반자라고 지칭하는 상황에서 전관특혜를 누린 것으로 지목돼 세무조사를 받은 세무사 또는 사무소의 경우 상당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고 있다”며 업계의 성난 목소리를 여과없이 전달했다.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기획조사 결과 실제로 전관특혜 사례 및 중대한 탈루사실이 있었냐는 물음에 대해 "세무조사 관련 사항은 과세정보 비밀유지 의무로 인해 밝힐 수는 없으나, 탈루혐의가 있는 전문자격사를 출신에 관계없이 조사대상자로 선정해 엄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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