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월 신흥국의 기업과 정부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팔아치운 달러표시 채권 규모가 1분기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돈값(이자)를 상대적으로 더 쳐주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절정에 달한 ‘트럼프 노믹스’를 향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역시 믿을만한 투자 수단은 ‘채권’이라는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때문으로 분석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보제공업체인 딜로직(Dealogic)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올해 1분기 신흥국의 기업·정부가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 1785억 달러(약 203조 3472억 원 )어치를 구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1분기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신흥국 채권이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채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투자자들의 인기를 끄는 자산이 비단 신흥국 채권만은 아니다. 미국의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정크본드 펀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자율이 높은 정크본드 순투자는 지난주 25억 달러(약 2조 8540억 원)에 달했다. 펀드 매입에서 매각분을 빼면 25억 달러가 더 많다는 뜻이다. 주간 투자 규모로는 작년 12월 이후 역시 최고 규모라고 WSJ은 전했다.
미국 기업들도 이러한 기류에 편승해 채권 발행을 대폭 늘렸다. 신용등급이 높은(high rated)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올해 1~3월 4145억 달러(약 472조 6543억 5000만 원)에 달했다. 투자부적격 등급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도 같은 기간 796억 달러(약90조 7678억원)를 기록했다. 일년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규모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채권 선호는 달라진 기류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경제는 지난 2009년 6월 이후 더디지만 확장국면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채권 매입 증가는 미국 경제성장의 속도가 앞으로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성장속도가 빨라져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 채권은 통상적으로 거래가 감소한다. 실질 이자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건수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미국 노동부는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3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건수가 9만8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다. 경제학자인 롭 마틴은 "세부 사항에 어떤 청신호도 없는 실망스러운 보고서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