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김신혜(40·여)씨 사건의 재심개시 결정에 대한 검찰의 항고가 기각된 가운데 검찰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지난 10일 광주고법의 재심개시 항고 기각 판단 이후 대법원에 재항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2015년 11월18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이 김씨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데 대해 검사가 항고한 것과 관련,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경찰이 김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압수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허위공문서작성죄·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를 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검증 과정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범한 사실이 증명됐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며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김신혜 사건'은 2000년 3월7일 김씨 아버지가 전남 완도의 한 버스승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큰딸 김씨를 피의자로 체포했다.
수사기관은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술에 수면제를 타 아버지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사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백과 증언 이외의 구체적 물증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김씨는 강압수사 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은 2015년 1월 김씨의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 해 1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이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무기징역이 확정된지 14년 8개월만이며, 재심 청구 10개월 만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당시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경찰(사법경찰관리)이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지 않고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 경찰을 참여시키지 않았음에도 마치 참여한 것처럼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등), 재심을 결정했다.
아울러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음에도 영장에 의하지 않고 김씨에게 장소를 이동하게 하면서 의무없는 범행 재연을 하게 한 것으로도 봤다.
즉 김씨 사건의 수사에 관여한 경찰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으로 봤으며, 이는 곧 재심 사유(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 해당한다는 의견이다.
단 무죄 등을 선고할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닌 만큼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재심 개시 결정이 김씨의 무죄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씨의 변호인들은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첫 재심 사례다. 형집행정지까지 됐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많다"면서 "본안 소송에서 무죄를 입증해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복역 중인 장기수에 대해 재심이 받아들여진 것은 사법부 사상 처음이었다.
그 동안 시국사건의 경우 과거사위원회 등의 활동으로 재심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있었다. 이들 사건은 대부분 형 집행이 끝난 사건들이었으나 이번 처럼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개시는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였다.
재심이란 유죄의 확정 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을 경우 판결을 받은 이의 이익을 위해 오류를 시정하는 구제절차다. 재심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다.
◇ 사건 일지
▲ 2000. 3.7. 김씨 아버지 도로에서 사망한 채 발견
▲ 2000. 3.9.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김씨 긴급체포
▲ 2000. 4.1. 공소제기
▲ 2000. 8.31. 광주지법 해남지원 무기징역 선고
▲ 2000. 12.28. 광주고법 항소기각
▲ 2001. 3.23. 대법원 상고기각
▲ 2015. 1.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 재심 청구
▲ 2015. 5.13. 해남지원 재심 심문기일
▲ 2015. 5.20. 전남대 로스쿨 학생 192명 재심 청구 탄원서 법원에 제출
▲ 2015. 8.31. 재심청원 시민연합 3200명 서명 탄원서 법원에 제출
▲ 2015. 11.18. 해남지원 재심 개시 결정
▲ 2015. 11.26. 검찰 항고
▲ 2017. 2.10. 광주고법 검찰 항고 기각
▲2017. 2.10. 검찰 대법원 재항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