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일까지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달라'는 국회 소추위원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측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더 달라'는 식의 지연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이같은 지연 전략은 전체 탄핵심판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해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 등과 관련한 언급 없이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어서 심리 지연을 위한 돌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대신 추가 변론기일을 지정해달라고 요구해 심리 일정을 늦추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다음 달 13일 이후로 선고 시기가 늦춰지면 '7인 체제' 심리로 진행돼 박 대통령 측에 유리하다는 계산과 맞물려 있다.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단 총괄팀장을 맡은 황정근 변호사는 지난 9일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 본인이 심판정에 출석할 의사가 있는지, 그렇다며 소추위원의 신문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신문을 받지 않고 최종 의견만 진술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적어도 14일까지 명백히 밝혀달라는 준비서면을 제출했다"며 "준비서면이 박 대통령 측에 송달돼 가시적인 답변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회가 요구한 14일까지 헌재에 출석할지 의견을 밝힐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사실상 돌발 카드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14일에 출석여부를 밝힌다면. 오는 22일까지 증인신문 일정을 계획한 헌재가 박 대통령의 입장을 검토한 뒤 변론기일을 지정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전체적인 변론 일정을 헌재가 여전히 틀어쥘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 측이 국회의 요구대로 14일까지 어떠한 입장을 밝히는 대신 '협의 중'임을 내세워 답변 시기를 늦춰달라고 추가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역시 기일을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펼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전체 탄핵심판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국회측이 박 대통령 측에 '입장을 밝혀달라'며 시기를 특정해 못 박은 것이 '지연 전략'을 막는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밝혀달라는 국회 측 요구는 단순히 신문 사항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 때문에 요구한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날짜를 특정해 출석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박 대통령의 출석과 관련해 탄핵심리 일정에 변수가 된다, 안 된다는 각종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대통령 측이 14일까지 입장을 밝히면 헌재가 전체 계획을 세우면 되는 것이고, 밝히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출석하겠다며 추가 기일을 요구하더라도 굳이 받아줄 이유가 없는 명분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4일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은 헌재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면서 박 대통령 측에는 지연 전략을 경고하는 견제 카드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