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함께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47·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포스코 계열의 광고사 포레카 강탈 시도에 가담한 혐의(강요미수)를 부인하고 최씨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9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차 전 단장의 변호인은 "최순실씨 지시로 포레카 공동인수 협상을 추진했을 뿐"이라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광고업체를 압박하는 행위에 관여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세무조사를 운운하는 등 험한 말이 나와서 (차 전 단장이) 그런 일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회사 대표를 선의로 설득하려고 한 것이지 협박이나 강요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차 전 단장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차 전 단장은 광고제작사 아프리카픽쳐스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배우자인 오모씨를 직원으로 허위로 올려 10여년 동안 총 6억4616만원의 급여와 상여금 등을 타내는 등 총 10억4729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2월 최씨와 함께 광고대행사이자 포스코 계열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제로 넘겨받기로 마음먹고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회사 대표를 협박해 인수를 요구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차 전 단장은 박근혜 대통령 및 최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해 KT에 인사압력을 넣고 최씨와 함께 설립한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차 전 단장 변호인은 "최씨에게 지인의 KT 임원 채용을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위를 거쳐서 채용이 됐는지는 자세히 모른다"며 "차 전 단장은 플레이그라운드 운영이나 광고대행사 선정에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차 전 단장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만찬 및 문화행사'를 진행하면서 행사용역 중 일부인 영상물제작 부분을 자신이 차명으로 운영중인 엔박스에디트에서 수행토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 행사용역 선정 대행과 관련해서 알선 의뢰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차 전 단장은 총괄감독 업무 일환으로 해당 업체가 가장 적임으로 보여 독자적으로 추천한 것이다. 차 전 단장이 받은 돈은 정당한 용역의 대가이지 알선의 대가가 아니다"고 밝혔다.
법정에 출석한 차 전 단장은 "횡령 부분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밝히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변호사와 상의했다"며 "이런 사건에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참여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 전 단장에 대한 첫 변론기일은 내년 1월10일 오전 10시10분에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