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미르 재단 설립 과정에 상당부분 관여했다는 검찰 조사가 나왔다.
21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 차관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지난해 10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를 받아 미르재단 설립에 필요한 실무회의를 주도했다.
최 차관은 미르재단 설립 직전전국경제인연합회측에 안 전 수석의 지시를 전하는 등 4차례에 걸쳐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이 과정에서 미르재단 설립에 출연할 기업들의 명단을 넘기고, 당초 빠져있던 롯데를 출연기업에 포함시키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지난해 7월 리커창 총리가 그해 10월 말 방한한다는 정보를 입수, 양국 문화재단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문화재단의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고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9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실 소속이던 최 차관이 지난해 10월21일 청와대 관계자와 전경련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다. 최 차관은 이 자리에서 '10월 말로 예정된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에 맞춰 300억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하고, 출연하는 기업은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한진 두산, CJ 등 9개 그룹이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최 차관은 다음 날 열린 2차 회의에서 '재단은 27일까지 설립돼야 한다. 전경련은 재단 설립 서류를 작성, 제출하고 문체부는 재단 현판식에 맞춰 설립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전달했다. 전경련이 보고한 9개 그룹의 분배 금액을 조정, 확정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23일 3차 회의에서는 "아직까지도 출연금 약정서를 내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그 명단을 달라"고 말해 사실상 모금을 독촉했다. '미르'라는 재단 명칭과 주요 임원진 명단을 넘겨주기도 했다.
아울러 최 차관은 이날 전경련 측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롯데도 출연 기업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이 미르 재단 설립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이튿날에는 최순실씨가 내정한 미르의 이사장, 사무부총장, 전경련관계자들과 함께 4차 회의를 열어 재단 설립 경과를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이사장 내정자가 최순실씨의 지시로 재단에서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기본재산 비율을 낮추자고 주장했으나, 전경련 관계자와 최 차관이 반대해 무산됐다.
하지만 최 차관은 설립 하루 전인 26일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아 입장을 바꿨다. '미르의 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비율을 9:1에서 2:8로 조정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전경련 관계자에게 전했다.
16개 그룹으로부터 486억원의 출연금을 받은 미르 재단은 27일 설립허가를 받았다.
최 차관은 최근 이번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최 차관을 참고인으로 불렀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기재부 정책협력실장을 지내다 지난 2014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올해 1월 기재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