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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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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앞 '종이호랑이' 검찰…"결국 특검이 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다음주에 받겠다고 통보하면서 두차례나 조사 시기를 양보했던 검찰은 말 그대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는 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 의지와 전략에서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검찰이 이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할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참사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 수사에 한계가 드러난 만큼 특별검사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지난 17일 "다음주에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게 하겠다"고 밝힌 것은 18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검찰의 최후통첩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입지를 감안해 검찰에서 두번이나 대면 조사 날짜를 양보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그 어떤 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검찰은 최순실씨,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기소하면서 불법모금과 국정문건 유출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공소장을 작성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지지율 5%라는 정치적 최대 위기 속에서도 검찰을 이처럼 철저하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이 사건 초기 검찰이 별다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사실상 골든 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 9월29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에 대해 고발장을 냈지만 수사에 곧바로 착수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지난 10월5일에서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고, 다시 일주일이 지난 같은 달 11일에서야 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검찰은 오히려 잘못한 게 없다며 큰소리를 쳤다. 추석연휴와 국정감사 등으로 인해 늦어졌을 뿐 검찰로선 일정대로 진행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다 뒤늦게 10월 27일에서야 특별수사본부를 꾸렸고, 그 과정에서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는 독일로 도피했으며 이 사건 관계자들은 핵심 증거들을 인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지어 독일에서 영국을 경유해 귀국한 최씨를 공항에서 체포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배려'를 한 결과, 최씨는 30시간 이상 지난 후에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배려해준 30시간 동안 최씨가 시중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갔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씨 뿐 아니라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 또한 한달이 지나서야 확보했다. 최씨가 스스로 귀국해 검찰에 출석한 게 10월31일이었고, 11월2일에는 안 수석이 검찰에 나왔다. 정 전 비서관이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것도 같은 날이다.

청와대를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 첫날 청와대 관계자들이 주는대로 자료를 받아오면서도 "청와대의 협조하에 임의제출이 원활하게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사실상 11월부터 연일 이 사건에 연루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기업 관계자와 청와대 전·현직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하는 강행군을 시작했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에서 시작한 수사인 만큼 시간에 쫓길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의 변호인의 "변론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빈약한 논리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검찰 스스로 "실체적 진실을 알기위해 반드시 조사가 필요한 참고인"이라고 규정한 박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검찰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할 방법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청와대와 유 변호사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꼴이다.

이 때문에 다음주에 박 대통령을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조사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18일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저렇게 버티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 특검을 하고 싶어 하는 전직 검찰 출신들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며 "그 말인즉슨 검찰 수사로는 답이 안보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혐의가 있다는 판단이 서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해도 될텐데 굳이 참고인 신분을 고집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으니 검찰로서도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대통령과 조사시점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모습은 정말 초라해보였다"며 "대통령 앞에서 이렇게 작아지는 검찰이 대면조사를 하면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는 특별검사에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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