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 작업이 현대중공업그룹의 6개사 분사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4월1일부로,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91.13%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이다.
분사 계획에 따르면 향후 로봇 부문으로 새롭게 설립될 현대로보틱스(가칭)가 현대오일뱅크의 차입금을 전부 떠안는 조건으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확보할 전망이다.
분사될 현대로보틱스는 자산총계 4조3883억원, 부채총계 2조1407억원, 자본총계 2조2476억원으로 부채비율 95.2%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향후 현대중공업의 차입금이 분할 회사들로 상당 부분 이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현대로보틱스의 부채 및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향후 분사되는 회사들에 넘길 차입금은 약 3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사 분할비율을 기준으로 현대로보틱스가 떠안게 될 차입금 규모는 약 2조7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로보틱스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차입금 부담을 감안,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IPO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오일뱅크 주식은 총 2억2333만1529주다. 이 지분 전부를 현대로보틱스가 인수하게 되고, 이 중 경영권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준에서 구주매출을 진행할 경우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주식은 장외에서 2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만약 현대로보틱스가 보유 주식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1억주를 시장에 내놓는다고 가정할 경우, 적어도 2조원 이상의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IPO를 추진해왔으나 잠정 중단된 상태였다. 지난해 정유업계 전반이 적자에 허덕이는 등 사업이 부진했던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식시장마저 분위기가 경색되며 실제 추진은 좌절됐다.
그런 가운데 올해 조선업 수주 절벽이 심화되면서 현대중공업은 채권단 측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당시 제출한 자구안에는 분사 계획 외에도 현대오일뱅크 IPO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측은 이번 분사와 IPO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IPO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인데, 언제부터인가 현대중공업 자구계획으로 같이 묶여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최대주주의 의지에 달린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이 분사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 내부적으로 IPO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