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직설적으로 촉구했다.
대표적 사회원로로 꼽히는 두 사람은 15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서울대교수협의회가 개최한 '헌정위기, 누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주제의 시국 대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맡았다.
정 전 총리는 "박 대통령은 빨리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민심이자 천심"이라며 "일개인의 사사로운 권력유희에 허수아비가 된 대통령과, 어이없는 국정농단을 방조하거나 눈감은 기득권 세력의 적나라한 모습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힐난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밝혀졌듯이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스스로 내던진 행위를 책임져야 한다"며 "현 정부는 21세기 대한민국을 40여 년 전인 박정희 시대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사회적 병폐로 ▲정경유착 ▲남북관계의 파탄 ▲적나라한 기득권 챙기기 ▲권위주위의 부활 등을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권력에 빌붙어 적극적으로 관여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며 "청와대 비서실부터, 장차관, 집권여당 국회의원, 판검사, 언론인 등이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보고도 모른 척하며 사적 이익을 취했다. 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 다 같이 잘 사는 동반성장'을 제시했다.
그는 "동반성장은 이타적 이기주의를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를 분리하지 않고,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행복, 더 나아가 공동체 사회의 행복을 함께 추구한다"며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제도, 법, 정책이 만들어지고 구현될 때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가 서로 행복을 증진시키는 동반성장사회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우리 사회는 공동체 정신과 질서 자체가 서서히 붕괴됐다"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부정과 부패의 구조를 깨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기조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즉각적으로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민주정부로서 정당성을 상실했고, 도덕적 권위 또한 땅에 떨어졌다. 정치적, 외교적,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아젠다 등 거의 모든 영역과 수준에서 사실상 나라를 파탄에 이르게 한 무책임과 실정에 대한 비판과 분노는 광범위하고 격렬하다"며 "이 상황에 대한 해답으로는 국회가 헌법의 정신과 규범을 따라 헌정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에서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헌법에 따라 탄핵절차를 밟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국회와 헌재가 얼마나 민주적인지, 혹은 민주적이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더욱 분명하게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 교수는 "국회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고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조사위원회, 또는 특검을 설치하고 조사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한 현 정부의 무력화·붕괴가 가져온 가장 큰 의미로 '박정희 패러다임의 해체'를 꼽았다. 그는 "이번 정부의 붕괴는 그 체제를 떠받쳤던 박정희 패러다임의 해체를 뜻한다. 반세기이상 한국정치와 사회를 떠받쳐왔던 이념과 가치체계의 해체를 뜻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그것을 기반으로 했던 정당체제는 재편성 내지 재정렬될 수 있는 전환점에 섰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 이후 열린 토론회에는 송석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애진 숙명여대 교수협의회 회장,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회장, 서길수 연세대 평의원회 의장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