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기사를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오히려 제압당한 뒤 "5만원만 달라"며 호소한 2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특수강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26)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08년 7월 경기 고양 소재 전철역 인근에서 공범과 함께 택시 기사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기로 공모했다.
김씨는 곧바로 손님인 것처럼 택시에 올라탄 뒤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자고 말했다. 택시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자 김씨는 택시 기사를 흉기로 위협한 뒤 현금 14만원과 시가 80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이후 유흥비가 필요해진 김씨는 지난 2009년 4월 또 다시 택시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택시기사는 김씨의 위협에 오히려 "야 이놈아 왜 그래"라면서 김씨를 제압했다. 택시기사는 김씨의 머리를 잡은 뒤 그대로 택시에서 끌어내렸다.
김씨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5만원만 주세요"라는 등 택시기사에게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다가 도망쳤다.
결국 검거된 김씨는 특수강도 및 강도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범행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택시기사들을 범행 대상으로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김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김씨의 혐의 중 강도상해 혐의를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의 범행 수법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김씨가 범행을 시인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김씨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만 18세의 소년이었던 점, 김씨가 범행 이후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 없이 군복무를 마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실하게 생활해 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