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를 풍미한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merson, Lake and Palmer)의 키보디스트 키스 에머슨(71)이 별세했다.
에머슨의 오랜 파트너인 마리 가와구치는 에머슨이 11일(현지시간) 오전 1시30분께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의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머리에서 총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경찰을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와구치는 고인이 목요일 저녁과 금요일 아침 사이에 숨진 것 같다고 경찰에 말했다.
에머슨은 드러머 칼 파머, 보컬 겸 기타리스트 그레그 레이크와 함께 1970년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를 결성, 여섯개의 플래티넘(100만 장)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무디 블루스' 등 당대를 풍미한 프로그레시브 록, 아트 록 계열의 영국 록밴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복잡한 리듬과 화음, 다채롭게 변화된 화려하면서도 촘촘한 구성의 록을 들려줬다. 클래식음악과 재즈 스타일의 편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고 종종 풀 오케스트라 편성을 더했다.
영국 요크셔의 작은 마을 토드모든에서 태어난 에머슨은 10대 후반부터 런던의 블루스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에 합류하기 전 또 다른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더 나이스(the Nice)'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이후 레이크와 파머에게 스카우트됐다.
1970년 영국 아일 오브 와이트 페스티벌에서 데뷔 연주를 선보였는데 당시 지미 헨드릭스(1942~1970), 영국 밴드 '더 후'와 협연하기도 했다.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는 1979년 해체됐다가 1991년 재결성됐다. 이후 1998년 다시 흩어졌다. 2010년 마지막 투어 공연을 위해 뭉친 바 있다.
에머슨의 밴드 동료인 파머는 성명을 통해 "록, 클래시컬, 재즈의 세계에서 선구자이자 혁신가였던 음악 천재"라고 애도했다.
가와구치는 "에머슨은 록 스타 또는 프로그 록스타로 불리는 걸 싫어했다"며 "'나는 록스타가 아니다. 나는 록스타였던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음악을 연주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