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단체가 보험금을 부당하게 삭감한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보험사 4곳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다며 당국의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1일 부당하게 고객 보험금을 8억원 넘게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 4곳에 대한 제재가 결정됐지만, 삭감된 보험금 대비 과징금이 너무 적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직원들에 대한 조치도 적절히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금소연은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고 부당하게 삭감한 보험금을 적발하고도 취해진 조치는 사실상 회사의 보험사기를 눈감아 준 것과 다름 없다"며 "보험사와 임직원에 대한 제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민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들은 보험금 지급 관련 성과 평가 기준에서도 부지급 관련 항목이 높게 설정돼 있는 등 삭감 유도 정책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적발을 하고도 해당자의 처벌을 보험사에 맡긴다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보험사 4곳이 8억원 넘는 보험금을 부당하게 삭감하는 등 보험금 부당지급, 손보협회에 보험계약 무효 확인과 같은 소송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5400만원의 과징금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아울러 5300만원의 과태료, 경영유의, 개선조치 등을 취하고 관련된 임직원은 회사들이 자율 처리하도록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당하게 삭감된 건수와 보험금은 ▲KB손보는 97건, 2억4400만원 ▲메리츠화재 130건, 2억400만원 ▲현대해상은 45건, 2억700만원 ▲롯데손보는 28건, 1억9100만원 등에 이른다.
금감원 검사 결과 보험사들은 약관상 보험금 지급과는 무관한 자필서명 흠결, 고의사고 추정, 과거병력 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보험금 8억4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KB손보·메리츠화재·롯데손보는 직원의 성과평가기준(KPI)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은 "소비자의 보험사기도 나쁘지만 보험사가 잘 모르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험금을 떼어 먹는 것은 '보험사기'보다 죄질이 더욱 안 좋은 행위"라며 "보험사는 영업정지, 관련자는 중징계로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