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이 서울대병원으로 지정된 가운데 롯데그룹이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일 롯데그룹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 2차 심문기일에서 정신건강을 검증할 의료기관으로 신동주 회장 측이 원하던 서울대병원이 지정됐다.
그동안 SDJ코퍼레이션 측은 진료 기록이 남아있는 서울대병원을, 청구인인 신정숙씨는 우수한 의료진과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SDJ코퍼레이션 측이 희망한 서울대병원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늦어도 4월 말 신 총괄회장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2주 정도 정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사 결과는 5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롯데그룹에서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검사 결과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지정될 경우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한 신동주 회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 해를 넘기며 이어온 롯데가 분쟁 및 법정 소송전도 명분을 잃어 신동주 회장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즉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창업주이자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이상으로 퇴임했다는 오명이 남는다. 특히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가 비공개로 열리는 이유도 개인의 사생활이기도 하지만 창업주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크다.
신정숙씨 측 법무법인 새올 이현곤 변호사는 "진료를 받은 기관에서 감정을 하는 것이 원칙은 아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승낙했다"며 "큰 다툼 없이 감정기관 및 입원이 정해져 만족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그룹의 창업주이자 1세대 기업인"이라며 "맨손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시작해 롯데라는 대기업을 세워 지금까지 이끌어 온 분으로,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이 지정되지 않을 경우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명분상 타격을 입게 된다. 아울러 신동주 회장에게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 분위기를 바꿔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자리"라며 "이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종식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재판이고, 성년후견인이 지정될 경우 사실상 퇴임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