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이던 버스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바람에 사고를 유발, 기사와 승객들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운전자 폭행 및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6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버스 운전자와 승객 등 20명이 상해를 입었고 그 중 일부는 5~16주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다"며 "상당한 수리비가 들 정도로 버스가 손괴됐고 이로 인해 운행 중이던 다른 차량과 부딪쳐 더 큰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승객이 타고 있었던 버스의 운전기사 얼굴을 갑자기 강하게 때릴 경우 그 충격으로 버스가 도로 주변 가로수나 기둥 등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다"며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상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기사가 크게 소리쳐 주변 승객들이 자신을 질책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 폭행했다며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인한 심신장애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해 알츠하이머치매로 진단된 사실은 인정하나 이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저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시 운행 중인 버스 안에서 운전석 칸막이 등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며 폭행한 점 등에 비춰 심신장애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가 운전기사를 때린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말다툼을 하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의 한 버스에 승차해 라디오 음악을 크게 듣던 중 소리를 줄여달라는 운전기사 A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음악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자 김씨는 "내 물건을 만지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화를 냈고 운전석으로 가 말다툼을 하던 중 갑자기 A씨의 얼굴을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얼굴에 충격을 받은 A씨가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버스는 중심을 잃고 가로수에 부딪친 후 교통 표지판 기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전치 16주의 중상을 입었고 버스 승객 20여명도 다쳤다. 버스는 3000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부서졌다.
앞서 1심 재판부도 "폭행으로 운전자가 버스의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종하지 못해 버스가 중심을 잃고 가로수 등을 들이받아 운전자 및 승객이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며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