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결혼 시즌을 앞두고 결혼식장 하객을 가장한 축의금 상습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은 동종 전과만 18범인 80대 노인이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서울 일대 예식장을 돌며 중간에 축의금을 가로챈 황모(83)씨를 상습 절도 및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황씨는 지난달 20일 종로구 한 예식장에서 접수대 주변을 서성이다 혼잡한 틈을 타 하객들의 축의금 봉투를 받아 전달하는 척하며 5명의 축의금 55만원을 가로채는 등 지난 1월30일부터 한 달간 11차례에 걸쳐 총 240만원의 축의금을 중간에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정장차림으로 하객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혼주의 일가친척을 가장해 접수대 주변을 서성였다. 가족들이 한 눈을 파는 사이 하객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봉투를 건내받은 뒤 주머니에 넣는 수법으로 축의금을 가로챘다. 축의금을 받은 뒤에는 하객들에게 식권을 나눠주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황씨는 예식이 시작될 때쯤 하객들 틈에 끼어 식사까지 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런 모습은 예식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찍혔다. 경찰은 영상을 분석해 황씨를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검거 당시 황씨는 주머니에 예식장에서 훔친 현금 40만원을 들고 있었다.
결혼식장 축의금 절도는 정산 과정에서 방명록과 참석자 명단이 달라도 상대방에게 축의금을 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피해를 입고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혼자 사는 황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범행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축의금 절도행각을 벌이는 등 절도행각으로만 40년 가량 장기 복역하면서 가족들과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지난해 3월 출소한 뒤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황씨는 경찰에서 "범행이 발각되더라도 혼주들이 봐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범행을 위해 들른 예식장에서 다른 절도범을 만나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본격적인 결혼 시즌을 맞아 예식장에서 축의금을 노리는 절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며 "축의금 접수는 최소 3명 이상이 역할을 분담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