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여유자금이 넘쳐 흐르는 사업성기금에도 예산 지원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기획재정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주요 사업성기금 조성 및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24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8일 밝혔다.
사업성기금은 정부의 특정한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것으로 총 45개 기금이 있으며 지난해 운용규모는 97조4700여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 '석면피해구제기금' 등 수입이 증가하거나 당초 계획보다 지출이 적어 여유자금이 누적되고 있는 3개 기금에 대해서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별다른 검토 없이 총 1300여억원을 예산에서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고용기금의 경우 의무고용률 상향에 따른 장애인고용부담금 수입 증가로 기금 자체수입액이 2012년 2800여억원에서 2014년 3600여억원으로 28% 증가한 반면 지출액은 2600여억원선을 유지하고 있어 여유자금이 충분하다.
순국선열기금도 친일재산 매각수익 등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의 자체수입이 발생한 반면 지출액은 60억원선을 유지하고 있어 기금 자체수입만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상황이다.
석면피해구제기금 역시 당초 계획보다 석면피해자 지원금 지급대상이 적어 예상보다 사업비 지출이 줄었는데도 예산 지원은 계속되고 있어 여유자금만 증가시키는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전했다.
기재부는 또 자체수입이 부족한 기금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발행 등을 통해 조성하고 있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 여유자금이 과도한 기금까지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보훈기금은 2008년 70여억원이던 여유자금이 2012년 말 약 140억원으로 증가했는데도 2013년과 2014년 공자기금에서 총 70억원이 지원됐다. 이처럼 공자기금을 통한 불필요한 차입으로 지난해에만 2억3000여만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했으며 만기일까지는 총 11억7000여만원이 이자로 낭비될 전망이다.
수산발전기금도 2014년 말 기준으로 적정 규모보다 여유자금을 1300여억원 더 보유하고 있지만 공자기금에서 차입한 1020억원은 상환하지 않아 만기일인 2019년 9월까지 39억여원의 불필요한 이자비용 발생이 우려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경우 공자기금에서 차입한 1200여억원을 시중은행에 저금리 예금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해당 예금담보 금리는 1.78%로 공자기금 차입금리(2.67%)보다도 낮아 39억여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사업주를 대신해 임금체불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사업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경우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이 발생해 2019년에는 여유자금이 무려 1조72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기존 이자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사업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1억4000여만원을 회의 및 행사 식음료비와 직원간담회비로 불법 전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영비 중 1억6000여만원을 불법으로 직원 연차수당과 자녀학자금 이자 지원 등에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